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 한껏 게으르게, 온전히 쉬고 싶은 이들을 위한 체류 여행
김남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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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올해도 단풍 구경은 물 건너 가버렸네. 제대로 단풍을 구경하러 떠나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렇게 한국의 가을은 너무 짧다. 내 평생의 취미인 독서도 이번 가을에는 마음껏 못 해 본 것 같다. 가을에 마음껏 독서를 한다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노천 카페에서 가을 햇살 아래 정말 마음껏 독서를 한다는 의미이다. 올 가을에는 6년 가량 살던 동네를 떠나서 새로운 곳에 정착하는 이사를 하게 되어 이래저래 정신이 없었다. 또 서른을 넘기면서 한 해가 저물어가기 시작하며 20대와 다르게 부쩍 우울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결혼 적령기이다보니 주변의 결혼에 대한 압박이 점점 심해지기 때문이다. 그럴 때 마다 결혼에 대한 생각은 아직 없다라고 답을 하지만 하루에도 여러 번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내게 이 여행책은 사실 '여행'보다는 '결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어준 독특한 책이다.

 

저자가 40이 넘은 나이에 여행을 업으로 삼은 미혼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의 삶이 어쩌면 내 미래의 삶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는데, 불행히도 느낀 것은 책 곳곳에서 절절하게 와닿은 '외로움'이었다. 이미 결혼을 하기 힘든 나이가 되어버리고 여행을 다녀도 30대 때의 여행자로서의 자세와는 사뭇 달라진 중년의 여행은 고독 그 자체로 느껴졌다. 저자 또한 여행을 하며 만나는 많은 가족들을 보며 앞으로 혼자 살아가야 할 외로움에 눈물을 훔친다는 글귀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 '역시 죽을 때 까지 혼자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요즘 흔한 여행 트렌드(?)인 한 달에 한 도시로 '체류여행'을 하는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책 또한 그런 내용이다. 지금처럼 을씨년스럽고 추울 때 더운 나라에서 한 두달씩 머무는 여행기이다. 이런 비슷한 내용들의 책이 많지만 내게는 하나같이 모두 재미있을 따름이다. 그만큼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체류여행을 한 네 곳은 발리, 스리랑카, 치앙마이, 라오스이다. 네 곳 모두 나는 밟아본 적이 없다. 사실 더운 것 보다는 추운 걸 좋아하는 편이라서 한국의 겨울을 좋아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추위를 견디기가 힘들어진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얼마전에 갔던 동남아의 여러 나라들이 떠오른다. 그런 내가 책으로나마 더운 나라를 여행할 수 있어서 그 순간만큼은 행복했다. 또 저자와 나의 공통된 취미를 발견했다. 바로 '책'과 '산책'이다. 어렸을 적부터 책은 내 삶의 일부분으로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이며 산책 또한 그러한데 저자 또한 나와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는 여행을 할 때 마다 무거운 책들을 열심히 싸들고 다니며 오붓한 카페를 발견하면 책을 펴 놓고 읽는 행복을 만끽한다고 한다. 나 또한 여행할 때마다 책은 빼놓지 않고 들고다니는데 가장 최근에 여행했던 타이페이 스타벅스에 앉아서 여유롭게 책을 읽었던 행복함을 다시 떠올렸다. 힐링이란 내게 그런 것이다. (저자가 세계적인 체인 카페를 선호하지 않는데 비해, 나는 가리지 않는 편이다.)

 

책을 덮고 강렬한 충동에 휩싸여버렸다. 올해가 가기 전에 한 번 더 따뜻한 나라를 여행하고 싶은 마음 말이다. 또 다시 나의 우유부단함이 스스로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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