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도시 2 - 에어비앤비로 여행하기 : 남미편 한 달에 한 도시 2
김은덕.백종민 지음 / 이야기나무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전에 어떤 악덕 회사 면접을 본 적이 있는데 원장(그 곳이 연구원이므로)이 내 이력서의 가장 큰 오점인 2년간의 공백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나는 여행을 다녔다고 말했는데, 그 사람의 리액션을 통해 얼마나 여행을 쓸데없는 짓거리로 여기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후 여행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그 사람이 제발 여행을 다니며 육십이 넘은 늦은 나이이긴 하지만 그래도 좀 내적 변화를 했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입사 9일만에 싸우고 나왔다.

 

연구원으로 가기위해서 아침에 집에서 나와서 강남에서 신논현역까지 걸어가고 신논현역에서 여의도역까지 급행 지하철을 탄 후 내려서 국회의사당까지 일반 지하철을 탔다. 거기서 내려서 오 분 가량을 더 걸어가야했다. 강남도 각박함이 느껴지지만 내가 오랫동안 살아온 곳이라서 낯선 느낌은 안 드는데 여의도는 정말 그 짧은 기간 동안에도 드높은 빌딩 속에서 부속품처럼 일하는 사람들을 보는 느낌이 썩 좋지는 않았다. 희한하게도 많은 음식들이 빌딩의 지하에 있었고 점심시간에 그 지하 곳곳에 모여든 사람들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들었다. 또 그 짧은 기간동안 정말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던 부속품이었던 나는 수습이라는 딱지에 최저시급보다 약간 높은 급여를 받으며 쉬는 시간 없이 일을 했어야 했다. 입사하고 나서야 그 곳의 직원들이 나 보다 조금 일찍 들어온 사람들이며 근속년수가 평균 일 년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매일 원장실에서 그 사람의 전화를 하거나 직원에게 업무 지시를 할 때의 그 천박한 전라도 사투리가 섞인 호통을 들으며 면접볼 때와 지극히 다른 인간임을 알게 되고 나는 딱 한 달만 버티다가 때려치고 12월에 예약해 놓은 오사카 여행을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입사 후 8일 째가 되었을 때 그 새끼가 회의시간에 직원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나보고 기초가 없다느니 연구원으로서 앞으로 직업으로 잘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라느니라는 말을 지껄이더니 그 다음날 아침 내가 해 놓은 보고서를 가지고 들어가서 그와 똑같은 소리를 지껄였다. 그것까지는 수긍할 수 있었다. 처음이니까. 그런데 수습이라는 점을 마치 약점으로 삼듯이 한 달 만 일하고 나가라는 듯이 지껄였다가 나중에는 번복하는 꼴을 보고 빡이 쳐버려서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왜 여기가 근속년수가 이렇게 짧은지 알 것 같네요"라는 말을 시작으로 "나갈테니 어제까지의 급여를 주세요"라며 전쟁을 시작했다. 가장 통쾌했던 건, "여기 완전 악덕이네"라는 말을 시원하게 했다는 것이다. 

 

악덕 연구원으로의 출근 첫날부터 퇴사 때까지 이 책을 늘 가방에 품고 다녔었는데, 좀처럼 쉽게 읽을 시간이 나지 않았다. 주중에는 일하느라 지친 이유로 그랬고, 주말에는 나름 바쁘다는 핑계때문이었다. 퇴사 후에는 냉큼 다 읽어내려갔는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여행을 싫어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그런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가며 아집만을 키운 인간의 주변에는 똥파리 같은 인간들만 붙어 있을 뿐이다. 그 인연 또한 오래 가지 못하며 결국 자기밖에 모르는 그 개구리는 언젠가 돌에 맞아 죽게 됨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이토록 많은 나라들의 이토록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는 사람의 한계를 체험한 후 나는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여행을 사랑하자. 또한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일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