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꽃 - 단편
지호 지음 / 청어람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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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교묘하게 기술적으로 틀어 올리고 화사하게 화장한 스튜어디스가 그중 한 남자에게 다가서며 교태 어린 웃음을 지었다.
'어쩜 이렇게 멋있을까?'
그녀는 남자의 넚은 어깨를 손으로 훑어보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누르며 최대한 섹시한 표정을 지었다. ...
-p.13

그와 동시에 육중한 비서실 여닫이문이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열렸다.
안에 있던 정민과 김 비서는 일순간 동작을 멈췄고 얼굴에는 놀람과 어쩔 수 없는 감탄이 숨김없이 드러났다. 그녀들이 보고 있는 것이 사람인지 인형인지, 그도 아니면 천사인지...
-p.104


스튜어디스가 반할 정도로 잘 생기고 돈많은 남자와
사람인지 인형인지 구분 못 할 정도로 예쁘고 돈많은 여자의 러브스토리이다.
이런 로맨스소설을 읽다보면 종종 이렇게 과장되게 외모를 표현한 부분이 있는데,
왜 꼭 이런 소설에서는 잘 생긴 남자와 예쁜 여자만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지... 평범하게 생긴 사람들이나 못생긴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는 감동이 떨어지기라도 하는 걸까?  

저런 면에서부터 식상함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내용에서의 참신함도 기대할 것은 별로 없다. 이 소설에서의 사랑하는 연인이 삼촌과 조카 (물론 친삼촌은 아니다.)의 관계라는 것만 제외하고는 말이다.

쭉 읽다보면 작가가 너무 소설을 야설쪽으로 억지로 밀고 나가는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야설의 냄새를 풍기는 부분도 있고...
또 남자주인공의 비서와 여자주인공의 남편을 사랑한 선배가 협박 전화와 편지를 보낸 사건도
그닥 흥미로운 부분은 아니었다. 독자로서는 이 사건을 일으킨 범인이 비서라는걸 굳이 밝히지 않아도 쉽게 눈치챌 수 있었을 것인데, 책에서는 사건을 질질 끌면서 나중에 비서와 선배가 범인으로 밝혀졌다고 나름대로 충격적으로 표현한 부분에서는 충격은 커녕 시시하고 우스운 느낌만이 있을뿐. 내가 작가라면 이 부분을 좀 더 재미있게 그 누구도 생각못할 범인으로 지목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긴 하지만 이 책은 어디까지나 로맨스소설일 뿐 추리소설은 아니기에....

또 드라마를 보면 꼭 주연들의 사랑이 잘 되면 조연들(종종 이 조연들은 매우 우스꽝스럽고 결코 진지하지 않는 사람들로 나온다.)의 사랑도 자연스레 이루어지게끔 나오는데, 이 소설 역시 그런 패턴을 따라가더군.
읽으면서 뻔할 뻔자라고 혀를 끌끌 차고...
끝부분에서는 삼촌에서 이젠 조카의 남편이 된 주인공이 정관 수술을 했다고 하는걸 보고, 
그냥 뭐라고할까.. 의미없는 웃음밖엔 나오지 않았다.

로맨스이면서도 독특하면서도 신선하고 그 신선함이 감동과 재미를 함께 가져다주는 정말 그런 맛있고 예쁜 이야기는 없는 걸까?

어쨌든, 그런 소설을 기대하며 본 나에게는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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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5-12-21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