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괴로워 - 우리 시대 엄마를 인터뷰하다
이경아 지음 / 동녘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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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이라는 추상적 동일성에 사로잡힌 현대 사회는 서로서로의 다름을 선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인간 능력을 마비시켜 놓았다. 엄마로서 이 현대적 무능력에서 탈주한다는 것은, 아이 개개인의 고유성을 발견하고 거기에 매료당하며 그 다름을 꽃피우는 데서 삶의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p.233

 

대한민국에서 어머니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어머니가 아닌 나는 그저 막연히 짐작할 뿐이었다. 그리고 주변의 어린 자식을 둔 어머니들을 보면 자식이 어렸을 적에는 행복해보이지만 커갈수록 점점 행복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많이 보았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가장 큰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성적'과 '대학'이 되고, 어머니와 자식 모두 이런 것들에 불을 켜고 달려들기 시작한다. 그런데 요즘은 자식이 초등학생임에도 이런 풍경을 종종 본다.

 

나도 역시 이렇게 자랐다. 커가면서 왜 이렇게 살아야 되는지 항상 의문이었다. 고등학생 때는 아침 일찍 가서 밤 열 시에 하교 하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주말에도 학교에 가는 것은 내게는 지옥이었다. 대학생이 되어서 외국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었는데, 다시 한 번 느낀 것은 유독 우리나라가 심하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내가 이 책을 높이 사는 이유는 사회학 전공자로서 하나의 소재를 사회학적 관점으로 바라본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거의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으로 아주 오랜만에 대한민국 어머니들을 밀도있게 바라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몇몇 어머니들을 인터뷰하고 그들 나름의 삶을 조명하고 그 삶을 배경으로 자식들에 대한 교육관을 볼 수 있는 구성이다. 그들 중 대다수는 내 자식은 남들보다 뒤쳐질 수 없다는 생각으로 사교육을 하고 있었으며, 이는 어쩔 수 없는 추세이기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전에 다니던 직장에 여자 과장이 있었는데 이런 어머니들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초등학생인 자식들을 위해서 같은 동네 어머니들 모임에 꼭 끼고, 인터넷 커뮤니티도 들락날락. 학원 차를 탔는지 매번 확인하고 영어학원에서 찍은 연극을 회사 직원들에게 보여주는 등, 회사에서 일보다 자식들 매니저로서의 역할을 더 열심히 했었다. 출근 역시 열 시가 넘고 퇴근은 점심 먹고 바로 하곤 했던 대단했던 여자였는데 대한민국의 어머니로서는 훌륭한지 모르겠으나 그 어머니 역할과 직장이 역할의 밸런스를 맞추지 못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곤 했기 때문에, 그 후 저런 어머니들에 대한 경계심이 생겨버렸다.

 

잘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에서 어머니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행복히지만은 않다는 것. 그리고 저 위의 구절처럼 가슴으로는 아는데 머리로는 도저히 할 수가 없게 된 것이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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