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KBS 선정 도서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달에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음'이 결코 먼 얘기가 아님을 느끼게 되었다. 사실 아직도 그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는데 그만큼 지금까지의 내 삶에서 느낄 수 없었던 엄청난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석가탄신일 연휴를 앞두고 한때 정말 친했던 지인의 카톡과 SNS에서 부고를 접하게 되었다. 노래 가사처럼 정말 '총 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다. 처음에는 거짓말 같았다.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이었다. 내 생에 처음 조문을 갔던 경험이 친구의 부모님이나 친척도 아닌 사고로 나이 서른 둘에 요절한 그 친구라니...  그 후 나는 죽음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었다. 요컨대 그 날의 충격으로 인해 아직도 정신적인 외상이 지금도 완전히 치유가 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렇듯 예전에는 죽음에 대해서 그저 생각하기 싫은 주제로 치부해버리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그 날 이후 죽음이 무엇이고 죽음 후의 세계의 여부와 죽음에 임해야 하는 자세 등 여러가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사람의 앞날은 모르는 거라고 흔히 얘기하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를 접하고서는 막연히 남의 일로만 생각할 수 없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실 이런 뜻밖의 죽음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지 않다. 보통 시한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현대사회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게끔 하는지에 대해서 보여주고, 과연 이런 현실이 환자의 삶의 질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 궁금증을 유발한다. 현대의학은 날로 발전되어가고 있고 이 발전이라는 의미는 전에는 같은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이 존재했었다면 이제는 치유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열려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자연스레 인간의 수명도 연장되었다. 그러나 죽음을 앞둔 인간들 중에는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암을 비롯한 여러가지 중증 질환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는 심각한 단계까지 발전 되었을 때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보통 이런 경우는 병원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치료를 받으며 임종을 준비한다. 그러나 과연 이런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이 현명할까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전보다 호스피스가 좀 더 보편화되었고, 좀 더 많은 환자들이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하려고 한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단 하루라도 가족과 행복하게 보내는 것인 삶의 질을 최대한으로 높인 채 세상을 떠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또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은 환자의 가족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더 환자와 함께 있고 싶은 욕심이 선택을 저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저자의 아버지를 비롯하여 호스피스 케어로 임종을 맞이한 여러가지 사례를 들어서 단순히 의학적인 처치로 연명을 하는 것이 현명한지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비록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환자의 의지이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그러나 이 죽음을 담대하게 받아들이고 죽는 그 날까지의 삶을 행복하게 살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런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단순히 메세지를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어시스티드 리빙과 같은 요양원의 현실과 호스피스 케어 등 실제로 이를 행동으로 취했던 환자들이 어떻게 삶을 마감했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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