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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맨 - 생에 한 번, 반드시 떠나야 할 여행이 있다
파비안 직스투스 쾨르너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스무살이 넘어서야 우리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처음 가 본 내게, 10대 때는 언제나 다른 나라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함으로 가득찼었다. 기껏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책과 영화 따위로 그 나라를 간접체험해 보는 것 뿐이었다. 그런 내가 스물 네살이 되어서야 처음 떠난 곳이 영국이었고 약 일 년 간을 지냈으니 늦은 첫 여행치고는 남부럽지 않다고 해야할까. 떠나기 전 학교를 휴학하고 푹 빠져버린 영국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관련된 책은 모두 읽고 영국식 액센트에 매료되어 수도 없이 연습했던 그 때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떠나는 날 까지 가슴이 부풀었고 비행기 안에서도 잠을 이루지 못했으며 히드로 공항에 발을 내딛었을 때의 그 느낌과 냄새와 모든 것들이 지금도 또렷하게 떠오른다. 짧지만 긴 시간 동안의 영국 생활에서 내가 영국인들에 대해서 느낀 것은 대체적으로 그들은 여행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내가 스무살이 넘어서야 하게 된 해외여행을 그들은 어린 나이에 홀리데이 시즌에는 너나 없이 해외로 떠났다. 물론 유럽 대륙이기에 우리나라에는 뒤늦게 정착된 저가항공이 오래전부터 보편화 되어서 다른 유럽 국가로는 부담 없이 간다고 해도 아시아와 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들도 그들은 참으로 쉽게 여행을 하였으며 진정 인생을 즐길 줄 아는 것 처럼 보였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 나는 책을 쓴 독일인 저니맨 '파비안'이 내가 영국에서 봤던 그런 사람들과 비슷한 젊은이라는 걸 느꼈다. 보통의 한국에서의 10대와 20대의 삶에서의 2년 가량의 여행이란 현실 감각을 망각하였거나 경제와 시간적 여유가 되는 부르주아의 젊은이들이나 할 법한 사치스러운 여행이라고 인식할 것이다. 그러나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낯선 환경으로 내몰고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고 다른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을 만큼 값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독일의 젊은이는 스물 여덟의 나이에 '수련여행'을 떠난 것이다. 내면적으로 단단해질 수 있는 방법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방법들 중에서 가장 의미있고 아름다운 것은 다름 아닌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첫 페이지를 펼친 순간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어버렸다. 내가 가 본 곳 보다 안 가본 곳이 더 많은 여행지에서의 경험담은 마치 그가 내게 이야기해주듯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스물 네 살의 내가 유럽땅을 처음 밟아본 이래로 여행보다는 방에 처박혀서 책읽기나 좋아하던 나는 서른을 앞두고 뒤늦게 여행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그래서 마치 동화 속에 빠져든 어린아이처럼 정신없이 책장을 넘겼다.
서른을 앞두고 있는 지금 나는 올해가 가기 전에 또 다른 여행을 계획중에 있다. 또 한 해를 무미건조하고 의미없이 보내고 싶지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내 인생에서 하나의 중요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 지금, 나는 그야말로 '수련여행'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저자처럼 꼭 여행지에 일을 하지 않더라도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보고 느끼는 것도 일종의 수련여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에 앞서 멋진 저니맨의 기행이 내게는 굉장한 감동을 주었다. 그 감동의 힘이 내게 여행을 또다른 매력과 감동 그 이상으로 만들어주어서 그저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