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고 싶어
클레어 메수드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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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가지지 못한 걸 부러워한다. 비단 물질 뿐만이 아니라 멋진 이성친구 혹은 화목한 가정 같이 돈으로 살 수 없는 '관계'에 대해서는 물질보다 더 그럴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외로움의 극복은 마치 사막 속의 오아시스와 같은 의미를 가져오기도 한다.

 

나이 마흔이 되어서도 가정을 이루지 못한 주인공은 바로 이런 외로움으로 가득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니, 어쩌면 스스로 이를 부정해왔지만 결국 정말 솔직히 외롭지 않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사막 속의 오아시스와 같은 가족이 찾아온다.

 

이 오아시스를 처음 맛 보았을 때의 주인공에 대한 심리묘사가 탁월했으며, 문장 하나 하나가 가슴에 와닿을 지경이었다. 생각해보라. 나와의 연결고리가 아무도 없는 척박한 세상에서 세상은 내가 어느날 갑자기 죽어도 누구 하나 슬퍼하지 않을 것인데 그런 내게 혈연으로 이루어진 게 아닌 그만큼이나 깊은 관계의 가족이 생겼으니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묘한 친밀감이 느껴졌다. 그녀와 나의 공통점은 사실 찾아보기 힘들지만 한번쯤은 느껴보았던 감정들을 그녀를 대신해서 다시 꺼낼 수 있었던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느낌들은 지금껏 그 누구에게도 말해 본 적 없었던 것이며 때로는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했고 또 그런 감정을 당시에는 나만 느꼈던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사실 그렇지 않았음을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감정 한편으로는 이상하면서도 오묘한 기분이랄까. 세상에는 말로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들 투성이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한계를 느끼는 대상은 인간이다. 1+1이 반드시 2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사실 과학에서나 타당한 일이지 어디 인문학에서는 이렇게 가르치던가.

 

부드럽고도 날카로운 소설을 만난 느낌이다. 인간 군상을 제대로 파헤치는 것이 무엇인지와 그러면서도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함과 유려함 또한 뛰어난 서사성을 놓치지 않는 소설이라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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