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잔의 칵테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이덴슬리벨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문득 힐링할 수 있는 아지트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느꼈던 때가 있었다. 일년 전 까지는 실제로 그런 아지트가 생길 뻔한 적도 있었다. 집에서 멀지 않는 곳에 있는 바였는데, 타의로 인해 몇 번 끌려갔던 적이 있었다. 나를 끌고 갔던 사람이 워낙 단골인터라 처음에는 내가 그 바 손님들의 호기심의 대상이었었고, 그 후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에는 인사했던 손님도 많았다. 그러나 내게 그 때 그 곳의 의미는 그저 커뮤니티에 불과했었고, 내 진솔한 애기를 누군가에게 했던 적은 없었다. 내성적인 성격상 낯가림이 없어지기도 전에 바가 문을 닫은 이유도 있었고, 손님들과 바텐더 사이의 쫀쫀한 네트워크로 인해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을 분위기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후, 그나마 그런 곳이라도 있었던게 참 소중했음을 느낀다. 일주일에 5일을 일한답시고 시간을 낭비해버리는 삶을 살다보면 내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이상 삶은 그저 무미건조하게 흘러갈 뿐이다. 생각해보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외롭기 때문에 인간이라는 말도 있지만 우리 모두 서로를 너무나도 외롭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누구나 나처럼 아지트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닐까. 서로를 까발리는 전쟁터에서 스스로 헐벗을 수 있는 안식처로의 귀환으로서 말이다.

 

단숨에 읽어버렸다.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감동의 쓰나미가 왔다. 거구의 게이 바텐더를 축으로 헬스클럽에서 만난 여러 캐릭터에 대한 스토리를 각각 엮는 구성이다. 게이라는 소재 자체로서도 다소 괴리감이 느껴질 수 있는데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내뱉는 말들은 음담패설의 절정이라고 하겠다. 그럼에도 유쾌함과 따뜻함이 공존할 수 있을만큼 그들 각각의 상처에 대한 힐링이 독자 또한 치유되게끔 해주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행복해보이는 사람도 알고 보면 저마다의 슬픔과 걱정이 있을 것이다. 그런 그 걱정과 슬픔을 철저히 비밀로 한 채 이미지만으로 살아가는 것은 또 다른 비극이다. 결국 상처는 안으로만 곪을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더 큰 상처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인간은 단 한 사람이라도 이 상처를 공유할 수 있는 존재를 옆에 두기를 원하는게 아닐까. 평생의 반려자로서 말이다.

 

여섯 잔의 칵테일로 여섯 명의 슬픔을 치료해준 그 곳, 소설 속 그곳이 실제로 존재하기를 이토록 바랬던 적이 있었던가. 정말 나도 이런 칵테일 한 잔 마실 수 있는 아지트가 생긴다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 것 같다. 

 

이런 곳 어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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