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만의 커피 로드 - 아랍과 유럽으로 떠난 커피 여행
박종만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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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에 대한 기억들을 더듬어보았을 때 내가 10대 였던 시절에는 지금처럼 커피전문점이 없었다. 고2때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제뉴어리'라는 커피숍을 보았었는데, 당시에 친구랑 나는 학생의 신분으로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고 판단했었다. 그렇기에 사실상 내가 커피전문점에 출입하게 된 때는 대학생이 되고 나서부터다.

 

대학생이 된 이후 처음 스타벅스를 알게 되었고, 커피빈을 비롯한 여러 커피전문점들을 매일같이다니게 되었다. 레포트를 써도 집보다는 카페를 선호했고, 친구를 만나도 꼭 가는 곳이 카페였으며 더우면 더워서갔고 추우면 추워서 갔다. 그 당시에도 커피 한 잔에 사천원을 호가했었음에도 자주 갔던 것을 생각하면 내가 도서관 다음으로 삼던 놀이터였던 듯 하다. 혼자서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카페는 사실 무척이나 매력적이었었다. 해마다 책을 백 권 넘게 읽었었던 그 때, 아마 그 독서의 공간은 거의 카페였었던 듯 하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서 20대의 삶은 카페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내가 커피를 잘 아느냐? 그건 아니다. 어디 커피가 맛이 어떻다라고 하면 그냥 그렇구나 싶다. 비단 커피뿐만이 아니라 맥주도 그러한데 커피와 맥주는 브랜드마다 맛이 오묘하게 다를 뿐 사실 거기서 거기이지 않나? 커피의 경우에는 그저 각성에 도움을 주는 카페인의 역할로서만 의미가 있을 뿐이었으며 지금 역시 그렇다.

 

다행이지 불행인지 회사 근처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커피숍 사이에서 커피의 가격은 점점 더 경쟁력이 높아져서, 요즘에는 단돈 천원으로 아메리카노를 즐길 수 있는 커피숍을 단골로 삼았다. 단돈 천원이지만 벽에 걸려있는 수많은 바리스타 자격증들을 보노라면 씁쓸함을 금할 수가 없다. 청년 창업의 가장 만만한 아이템으로서 정말 실력 있는 바리스타이지만 그만큼 커피 가격을 높이면 자연스레 손님이 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말이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커피전문점의 홍수 속에 있다. 그러나 우리는 커피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 커피의 역사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에서 넘쳐나고 있는 커피의 역사에 대해서 불현듯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 책이 그 역사를 더듬어서 커피와 카페의 역사에 대해서 잘 제시해주고 있다. 저자의 여정이 이슬람 국가에서부터 시작되어서 유럽에 이르기까지 매우 알차다. 그러나 역사보다 커피기행에 더 무게가 쏠려 있어서인지 책을 읽고 나서 커피의 역사에 대해서는 사실 명확하게 기억되지 않는다. 그저 저자가 여행한 국가들에서 커피는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창조하는 음료 이상의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커피를 생산하는 국가에서의 커피와 카페를 탄생시킨 국가들에서는 지금의 대한민국에서의 삐까뻔쩍하고도 세련된 카페 그 이상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 점이 우리와 그들의 가장 크고도 극복할 수 없는 차이점이다.

 

저자의 커피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철학 그리고 애정을 책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현재 커피 박물관과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여 검색해보았다. 책의 여정 속에서 박물관에 전시할 여러 커피잔에 대해서 매우 호기심이 생겼다. 직접 눈으로 보고 또한 직접 고급 커피가 어떤 것인지 체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조만간 방문할 계획을 세웠다.

 

커피는 비단 음료로서의 기능으로만 그치는게 아니다. 문화를 창조하며 또한 역사를 창조하는 것이다. 과거 유럽의 커피하우스들이 그러했으며, 지금의 커피전문점 또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그저 저렴한 커피 한 잔으로 잠을 깨우는 용도로서의 커피보다는 좀 더 맛을 알고 역사를 알아야 함은 커피 애호가의 필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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