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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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증권브로커로 일하고 있던 남자가 있었다. 어느날 홀연히 처자식을 버리고 그는 파리로 떠나게 된다. 예술가가 되고 싶은 자신의 신념을 지향하기 위해서이다. 여느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있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지만, 이런 현실이 그에게는 '달'보다는 '6펜스'를 쫓을 수 밖에 없는 회의감으로 이렇게 과감한 결정을 내리게 만든다. 그 후 그는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가게 된다. 파리에서 노숙생활을 하던 중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결국 남태평양의 섬 타히티로 떠난다. 그리고 여생을 그 곳에 정착하며 원주민을 부인으로 두고 자식을 낳고 살게 된다. 이러한 삶의 궤적에서도 그의 신념은 더욱 또렷해진다. 예술에 대한 강한 집착이 나병에 걸린 그를 막지 못하고, 눈이 멀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예술작품보다도 훌륭한 작품들을 남긴다. 이 모든 그의 내가 그를 알던 이들을 만나면서 듣게 되고 그의 행적을 쫓으면서 쓰여진다.

 

책을 덮고 그 어떤 독자라도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과연 지금의 내가 쫓고 있는 것은 '달'인가 '6펜스'인가 하고 말이다. 내 경우는 바로 이런 고민의 정점을 찍고 있을 때 우연히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또 다시 고민은 깊어간다. 바로 앞의 작은 이익 때문에 큰 이익을 잃는 사람들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보아왔는가. 나는 문득 바로 이 나라가 이런 문화를 만든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학문에 있어서도 근본이 되는 '기초'보다는 돈이 되는 '실용'을 중시하고, 예술 또한 돈이 되지 않기에 멸시하는 문화, 오로지 돈이 최고임을 내세우는 이런 나라에서는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수 조차 없다. 6펜스를 쫓는 나라가 단시간에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경제적 성공은 이루었을지 모르지만, 인간적으로 스스로의 신념을 쫓고 꿈을 쫓을 수 있는 기틀은 일찌감치 사라지게 만든 것이다.

 

내가 왜 이 책을 읽고 개인을 뛰어넘어 우리나라에 초점을 맞추었는지 모르겠다. 그저 나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게 만든 근본이 이 나라의 문화도 한 몫하기 때문은 아닌지, 괜히 엉뚱한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진정 내가 내 꿈을 이루고자 하는 결심이 굳다면 책의 주인공인 스트릭랜드만큼의 실천력은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역사를 이루어 온 위대한 인물들이 그러했으며, 스트릭랜드의 모델이 '폴 고갱'이었다는 점에서 또한 알 수 있다.

 

자명하다. 가치있는 것은 '달'이다. 고작 '6펜스'에 일희일비하는 인간으로서 산다는 것은 그 얼마나 비참한 삶일까. 이러한 신념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 때 누구나가 소설 속 주인공만큼의 스토리 또한 만들어낼 수 있으며 이런 스토리를 가진 사람만이 역사를 움직일 수 있는 위대함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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