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인간
이석원 지음 / 달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를 만나게 된 사연은 평범하지 않다. 누군가로부터 선물받은 책이 바로 이 책이었는데, 그 누군가는 몇년 전 아주 잠깐 사귀었던 친구다. 책을 좋아한다는 내 말에 나를 두 번째 만났던 그 날 홍대의 커피빈에서 주었던 그 노란 표지의 책을 읽으며 그 애를 떠올렸고, 우리의 관계가 끝이 나고 머지 않아 그 책 또한 나는 타인에게 줘버렸다. 그런 이석원의 첫 책을 나는 추억 반, 씁쓸함 반으로 각인하고 있던 중 그의 첫 소설이 나왔다. 바로 <실내인간>이다.

 

유명한 대중 소설가로 알려진 방세옥은 하루가 멀다 하고 다작하기로 유명하다. 또한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조금만 밀려나도 그 사실을 견딜 수 없어 사재기로 순위를 다시 올려놓고 다른 무명작가의 소설을 표절하는 등 악명 높기로도 유명하다. 그런 방세옥은 본명이 따로 있는 한 남자이며, 그 남자는 자신이 그저 세상의 먼지 같이 아무런 가치 없이 묻어가는 존재라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여자를 만나 사랑하게 되고, 그 여자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열등감을 견디지 못하게 된다. 결국 떠나버린 여자와의 재회를 위해서 그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 죽기살기로 글을 써내려가고 베스트셀러 작가로서의 오늘의 그가 있게 된 것이다.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살다가 내 인생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되는 순간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이다. 그때만큼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게 되고 열등감을 느끼게 되는 때가 없다. 혹시 이런 부족함 때문에 실망하지는 않을까 싶은 조바심에 그때서야 좀 더 나은 내가 되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 속의 방세옥의 삶이 바로 그러했지만, 결론은 그를 떠나버린 여자는 현재의 그가 아닌 무명의 그를 사랑한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한다는 것, 정답이란 따로 없지만 이런 사랑이야말로 조건없는 순수한 사랑일테다. 그리고 이것을 인정한다는 것, 누구에게나 이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다. 그렇지만 이 두 가지가 전제되었을 때가 되어서야 진정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이란 어려운 것이고, 이런 만남이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운명같은 만남은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찾아온다. 아주 드라마틱하게도 말이다. 그래서 사랑은 오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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