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작정 결혼하지 않기로 했다 - 후회 없는 결혼을 꿈꾸는 여자들이 알아야 할 것들
남인숙 지음 / 리더스북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에 결혼 정보 회사 듀오에서 전화가 왔던 적이 있다. 아마 평생 그런 곳에 가입할 일은 없겠지만 호기심에 이것 저것 물어봤었다. 말로만 듣던 등급이 정말 있는지에 대한 답은 '정말'이었고, 연애와 결혼은 명백히 다르다는 말도 해주었다.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 자본주의가 집약되어 있는 것 같아서 씁쓸하기 짝이 없었지만 이를 입 밖에 냈다가는 시대 착오적이라고 핀잔을 들을지도 모를 일이다. 듀오에서는 내 나이가 결혼하기에 참 좋은 나이라고 하고, 나도 어느덧 결혼 적령기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알지만 솔직히 아직 결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이 책에서는 나같은 사람들에게 결혼이라는 것이 교통사고처럼 갑작스럽게 닥친다고 한다. 막연하게만 생각해왔던 결혼이 그렇게 닥쳐온다면 어떨까? 혼자서 잘 살고 있는 내가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는게 그저 불행으로만 느껴진다. 그렇다고 독신주의자라고도 딱 꼬집어서 말하기 힘들지만 말이다.

 

남인숙의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가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적이 있었다. 그 책을 읽었었던 당시 나는 20대 초반이었는데, 내가 지금까지 읽은 책들 중 가장 찢어버리고 싶은 책이었다. 20대에 모든 여자의 인생이 결정된다고 말하는 저자의 조언들 중 그 어떤 것 하나도 속물적이지 않은 게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당시 인문학도였던 내가 노했던 부분 중의 하나가 인문학 서적 따위 읽지 말고 실속 있는 경제관련 책이나 신문을 읽으라는 내용이었는데, 참으로 모욕적이었다. 인문학에 대한 폄하로 논란을 불러일으킨지 얼마 안 되서 논문 표절로 순식간에 인기가 사그라들어버린 김미경을 보는 듯 하다.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나라가 인문학을 등한시하는 풍토가 더욱 조성되는 것이다. 그런 것을 자기계발서라는 이름으로 출판하는 자체도 황당할 뿐이었다.

 

이 책은 어떤가? 여전하다. 여우처럼 결혼생활 잘 하는 법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결혼을 해보지 않아서 결혼에 대한 여러 조언들이 현명하고 유익한지는 잘 모르겠다. 그녀 책의 특징으로서 온갖 주변 사례를 들먹이고 있는데 이런 사례들이 그저 하나의 허구에 지나지 않으면서, 마치 자기 주변에서 일어난 일인 마냥 쓰고 있는 것도 소설 작가적 기질이 다분해보인다.

 

어쩌면 나는 이런 저자에 대한 편견 때문에 이 책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평하지 못하는지 모른다. 이 책이 결혼 생활을 잘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수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저자가 쓴 책을 읽으면 무척 불편하다는 것이다. 편하게 읽히는 게 아니라 마치 충고를 받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렇게 사는 것만이 옳은 길이다라는 식의 내용이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방식의 삶에 먹물을 끼얹는 듯 하다. 요컨대 이 책은 그저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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