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반양장) 사계절 1318 문고 2
로버트 뉴턴 펙 지음, 김옥수 옮김 / 사계절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아는 누군가의 죽음을 직접 겪어본 적은 단 한 번 뿐이다. 열 세살 때의 외할머니의 죽음이었고, 외할머니 병수발을 위해서 장녀인 어머니는 항상 왕복 두 시간 거리를 시간 날 때 마다 어리 두 딸의 손을 잡고 다녔다. 당연히 어머니의 모든 관심사는 외할머니였고, 가끔은 나를 향한 관심을 빼앗아간 외할머니가 밉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외할머니의 죽음을 직접 봤을 때 나는 그런 마음을 먹었던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었다. 죽음이란 그런 것이었다. 다시는 외할머니를 볼 수 없다는 마음에 나는 어린 마음에 상처가 클 수 밖에 없었다.

 

이 책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이 내게 준 것은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해 준 것이다.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아버지는 학교를 다니지 못해 자기 이름도 쓸 줄 모르지만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가축을 도살하는 일을 한다. 그런 내가 이웃집이 키우는 위기에 빠진 소를 도와주게 되었고, 그 보답으로 주인이 '핑키'라는 이름의 어린 돼지를 선물로 준다. 핑키가 점점 커지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고 나를 따르는 핑키의 모습을 보며 행복함을 느끼지만 그 행복은 오래 가지 못한다. 가난이 핑키를 도살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게 된다.

 

가난때문에 누구보다도 빨리 성숙해질 수 밖에 없는 게 바로 이런 것은 아닐까. 또한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견딤'이 비로소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도 난 어른이 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오히려 지금까지 너무 빨리 어른이 된 누군가를 만나게 될 때는 나와는 다른 그들과 섞이지 않으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아픔 없는 성숙이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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