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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평점 :
제노사이드라는 용어가 과거의 어느 시점 이후에는 현실성이 없다고 여겨질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비인간적인 학살 행위가 자행되던 세계대전이나 나치즘 이후에는 비교적 평화로워진 현재에 이르러서는 다소 비현실적이라고 여겨왔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명백히 잘못 생각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최근의 이라크 전쟁도 엄연히 제노사이드이며 아프리카 대륙 곳곳에는 지금도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기에 이 또한 제노사이드인 것이다. 21세기에도 뿌리 뽑혀지지 않는 이 잔악무도한 인간들의 전쟁은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까?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가 불완전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와 같은 동물적인 이기심과 탐욕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돌아온 다카노 가즈아키가 이 책에서 진화한 새로운 인류의 출현을 통해서 현 인류의 만행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현 인류보다 월등히 진화된 능력을 지닌 새로운 생명체에 대한 경계와 학살을 지휘하는 미국 대통령. 이를 수행하는 민간 용병 네 명과 영원히 고칠 수 없을 것 같았던 불치병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대학원생. 관련 없어 보이는 이들간에는 신인류를 지키고자 하는 일념과 그 능력을 통해서 도움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런 역사적인 상황속에서도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학살을 도모하는 기득권층이 있는 반면 새로움을 받아들이려는 또 다른 부류가 있으며 결국 이들의 승리로 끝이 났음을 저자는 말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콩고, 미국 그리고 일본을 배경으로 여러가지 전문적인 분야까지 심층 있게 다룬 이 책이 저자의 그동안의 공백을 보상하는 듯 하다. 인간은 그들의 능력으로 역사를 이루어왔기에 자만에 빠져 있지만 결코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유능함과 미개함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역사가 입증해주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