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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그램 - 내겐 너무 무거운 삶의 무게 ㅣ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수신지 지음 / 미메시스 / 2012년 5월
평점 :
작년에 역류성 식도염으로 한창 고생했던 적이 있었다. 큰 병은 아니라고 생각했음에도 증상이 너무 심해서 혹시 암은 아닌지 스스로 걱정의 무덤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었다. 물론 20대가 암의 호발연령은 아니지만 20대 암환자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에 가입을 해서 그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읽어본 적도 있다. 일어나지도 않는 일을 미리 걱정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내게는 사실 공포였다. 20대의 꽃다운 청춘에 병마와 싸워야 한다는 것은 안타까움을 넘어서는 일임을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검사 결과 당연히 암은 아니었고 역류성 식도염이라는 결과를 듣고는 심각하게 고민했던 스스로에게 자조섞인 미소를 지었을 뿐, 지금은 건강한 사람들 무리 속에서 언제 그런 걱정을 했냐는 듯 지내고 있다. 당시에 알았던 사람들 중에서는 저자처럼 20대의 나이에 임파선암에 걸려 투병생활을 웹툰으로 재미있게 그려낸 '오방떡 소녀' 故 조수진 씨가 많이 생각났다.
이 책 역시 저자가 지금의 나와 같은 나이인 27세에 난소암 3기 판정을 받은 후 병원에서의 생활을 만화로 그려낸 것인데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을 가졌기에 병마와 싸우는 과정에서의 담담함이 만화로 잘 표현한 듯 하다. 나 또한 내가 직접 입원을 해 본 적은 없지만 어머니와 동생이 수술을 했던 적이 있어서 병간호를 도맡아 했던 적이 있다. 비록 중병은 아니었지만 가족이 환자복을 입고 수술실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내게는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안겨 주었었다. 그러나 이 슬픔이 20대에 암 선고를 받은 저자의 슬픔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왜 하필 나야?'라고 수없이 되물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 만약 내게 주어진다면 나약한 나는 견뎌낼 수 있을까. 이기적이게도 그녀를 통해서 지금의 내가 행복함을 다시 한 번 절감했을 뿐이다.
책의 주제는 무거울 수 있었지만 만화와 귀여운 필체가 그 무거움을 상쇄시켜 준 듯 하다. 인생에서의 큰 고비를 만났던 경험을 숨기기보다는 이처럼 솔직담백하게 표현했다는 점이 감동 자체였다. 이 감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과 용기를 다시 한 번 떠올릴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