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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멘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0월
평점 :
인생을 살아가면서 내가 가장 어려워 했던 것은 바로 '선택'이었다. 이 선택의 문제는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쉬워질 줄을 모른다. 오히려 반비례적으로 선택에 따른 결과의 중요성과 책임은 더 무거워지는데 말이다. 그래서 아프리카의 어떤 부족은 선택 할 필요가 없이 누군가가 정해준 삶을 아무런 의문도 느끼지 않은 채로 그대로 따라간다는 글을 책에서 보고 어쩌면 그것이 더 행복해지는 길은 아닐까 싶었던 적도 있다.
사랑에 있어서도 역시 선택의 문제는 예외가 아니다. 물론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다면 누군가를 선택하는 것으로 갈등을 느낄 필요가 없을 테지만 나이가 많아지면서 사랑의 선택은 그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문제로 치부되어버린다. 그래서 혹자는 젊었을 때 아무런 조건 없이 열정적으로 사랑해보지 않으면 후회한다고 한다. 아마도 이런 후회가 내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부분일 듯 싶다. 물론 나 또한 책의 주인공처럼 누군가를 아주 많이 사랑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좀 더 많은 사랑을 해 보지 못해서 많이 서툴렀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지 못했기에 사랑에 있어서 현명함이 부족한 듯 하다.
모멘트, 순간이라는 의미의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느꼈던 것은 얼마나 많은 의미있는 순간들을 그냥 놓쳐버렸는지에 대한 후회이다. 자존심이라는 가장 큰 장애물로 얼마나 스스로를 가둬 둔 건지 새삼 후회가 되었다. 첫눈에 반하는 순간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 온 내게 이 책 속의 주인공이 첫눈에 반하는 여인과 사랑에 반하는 것이 그저 픽션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사실 비단 이런 순간 뿐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작 단계에서의 순간은 그 어떤 기억보다도 큰 잔상을 남긴다. 그 잔상이 추억이 되는만큼 너무나도 세세한 기억 속에서 스스로의 실수가 후회로 남기도 하지만 어쩌면 무미건조한 삶에서 이런 순간들이 있기에 인생이 더욱 아름다운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덮고 '순간'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순간'이 들어간 제목을 가진 노래를 모두 찾아보았다. 어쩌면 그렇게도 가사들이 내 마음을 흔드는건지... 사실 나는 지금도 얼마전의 특별한 순간을 계속 생각하고 후회하고 그렇게 하고 있다. 이 순간을 이어가고 싶다가도 또 나의 만성적인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에 망설이고 있기를 수도 없이 반복중이다. 그런에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 겠다. 더 이상 한 번 뿐인 인생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순간을 잡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