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다섯 인생 - 나만 좋으면 그만이지!
홍윤(물만두) 지음 / 바다출판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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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부터 책을 좋아했던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무렵에 처음 온라인 서점을 알게 되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책을 읽을 시간도 많지 않았고 컴퓨터를 할 시간도 많지 않았기에 블로그 활동은 수능을 치고 난 후에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 나의 첫 블로그가 바로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서재에 개설된 건데 그 곳에 책을 한 권씩 읽으며 서평 올리는 재미가 지금까지도 내 20대의 취미가 되어 버렸다.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은 오프라인 뿐만이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듯 하다. 애교없고 남에게 곰살맞지 못한터라 서재활동도 그저 서평 올리고 단상 끄적이는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런 내 서재에 다른 누군가가 발도장을 찍고 내 서평과 일기에 친절한 댓글을 달아주었다. 바로 물만두님이셨다. 당시에 나는 수능을 망쳐서 원하지 않는 대학에 다니며 혼자서 수능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내 우울한 20살 인생에 유일한 낙은 바로 서재 활동이었다. 그리고 활동을 하던 중 만난 몇몇 블로거들을 기억하는데 지금은 거의 왕래가 끊어졌다. 그 중에서는 서재 활동을 아직까지 하고 계시는 분도 있지만 하지 않고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한 분들도 많다. 그런 내게 물만두님이 아주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되는 이유는 내가 힘들게 공부해서 대학에 입학하고 받은 선물 때문이다. 내가 대학에 합격한 사실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셨지만 그렇게 선물까지 주며 진심으로 축하해 주신 분은 물만두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염치없게도 그런 내가 시간이 흘러 느리지만 꾸준히 서재활동을 했으면서도 물만두님과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얼마나 서운하셨을까. 어쩔 때는 그 서운함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대학을 졸업할 때가 되었고 서재활동도 그저 서평 올리기는 용도가 되어버린 후 나는 우연히 물만두님의 부고 소식을 접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몸이 불편하신 분이라는 건 어느정도 알고 있었지만 근육병으로 투병하시는 줄은 신문 기사를 접하고서야 알게 되었다. 마음이 먹먹했지만 남은 건 후회밖에 없었다. 나에 대해 서운해하셨을 마음에 대해 그 어떤 변명도 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요즘도 가끔 내 서재에 물만두님이 남겨주신 댓글과 방명록의 글들을 보곤 한다. 그럴 때 마다 죄송한 마음만 더 커질 뿐이다.

 

이 책은 물만두님이 그녀 인생에서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서재에 남긴 일상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이 글들 중에는 내가 직접 서재를 통해서 읽어봤던 것도 있었지만 거의 다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읽어 보았다. 몸이 제맘대로 움직이지 않음에도 좌절하기 보다는 가족의 사랑에 대해 더 고마움을 느끼고 비록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과 온라인으로 맺어진 끈끈한 관계에도 진실되고 내 일 같이 웃고 울어주는 그녀의 아름다운 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아픈 몸을 가진 마음이 늘 밝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녀도 우울함과 밝음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오락가락했었고 눈물 흘린 날이 많았음을 안다. 그렇지만 건강한 나도 이토록 열성적이고 꾸준하게 책을 읽고 서평을 올리기 힘든데 그녀는 책을 읽기 불편한 몸임에도 장르소설에 대한 애정을 갖고 늘 책을 놓지 않았고 가족에 대한 사랑과 주변인에 대한 정을 언제나 간직하며 살았기에 그녀의 짧았던 삶이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풍요로웠던 것은 아닐까 싶다. 지금도 그녀를 잊지 못하는 많은 블로거들이 있고 이 책을 읽을 많은 독자들이 그녀를 기억할 것이기에 물만두님은 그들과 내게 잊혀지지 않는 존재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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