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은 참새의 일대기 - 인간을 위로하고 사랑하고 꾸짖었던 클래런스의 생애
클레어 킵스 지음, 안정효 옮김 / 모멘토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초코'라는 이름의 반려견을 한 마리 키우고 있는데 이 년 전에 일 년 가량의 외국생활을 끝내고 집에 오니 아주 예쁜 강아지가 있었고 그 강아지가 바로 초코였다. 그 전에는 애완동물을 집에서 키운다는 것은 남의 일일 뿐 전혀 내가 이렇게 반려견이 있게 될 줄 몰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엄마의 알레르기 비염이 심해지자 어쩔 수 없이 초코를 집에서 더 이상 키울 수 없게 되었고 나는 내가 혼자사는 집에 몰래 데려오기로 결심했다. 그 후 엄마가 한 번씩 집에 올 때 마다 거금을 주고 초코를 다른 곳에 맡겨야 하는 불편함 빼고 초코는 내게 언제나 삶의 즐거움을 가져다 주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 책은 클래런스라는 참새가 저자인 클래어 킵스와 함께 12년을 살아가는 과정의 짧은 일대기인데 날개가 온전치 못해서 다른 참새와는 달리 날지 못하는 이 새는 저자의 삶에 하나의 불빛이 되어 준다. 다른 참새와는 달리 직접 새를 보지 못한 독자들도 새의 재롱에 빠져버릴 정도로 재주가 많은데다가 저자는 새가 마치 한 명의 사람이라도 된 듯한 의인화 기법으로 무한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런 모든 것들이 다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초코에게 느꼈던 여러가지 감정들이 그녀에게서 똑같이 느껴져서 공감할 수 있었다. 비록 강아지와 참새라는 차이점은 있지만 그것 말고는 다를 게 하나도 없다.

내게 참새의 이미지는 조금이라도 다가가면 금세 날아가버리는 인간과 친숙하지 못한 새에 불과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참새를 키우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는데 아주 오랜 옛날 영국에서 10년 이상 참새를 반려동물로 키운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롭다. 참새의 속성으로 보았을 때 아마도 날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클레런스는 태어나자마자 저자를 만났기에 그녀가 바로 그의 어머니라고 여기는 각인 이론으로 12년 동안을 그녀와 함께 살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흑백사진 속의 클레런스를 보면 이 작은 존재가 인간에게 얼마나 큰 즐거움과 희망을 주었는지 느껴진다. 이 느낌은 동물과의 교감을 느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쉽게 와닿지 않을 것이다. 아주 잠깐이라도 교감을 느껴본다면 그 순간 동물은 그 사람의 삶에 하나의 특별한 존재가 될 것이고 사진만 보아도 이 작은 참새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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