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개 - 진화론을 설명하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이야기
엠마 타운센드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재작년에 일 년 가량을 영국에서 보냈었는데 이 책이 내게 그때의 독특한 경험을 상기시켜 주었다. 당시 나는 길에서 만난 신흥종교의 열렬한 신자인 할머니의 집에서 묵었었고, 매주 주말마다 그 종교 집회에 참석해야 했다. 기독교 계통의 종교이기 때문에 할머니는 당시 다윈의 진화론을 철저히 배격했었고 다윈이 영국의 화폐에 등장할 정도로 자랑스러운 인물임에도 이처럼 몇몇 영국인들에게는 환영받지 못하는 인물임을 깨달았다. 또 하나의 독특한 경험은 내가 몇몇 집에서 홈스테이를 했었는데 그 중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집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 전에는 애완동물에 대해서는 관심도 별로 없었고 부모님이 좋아하지 않은 터라 나도 그 영향을 받았기에 비위생적으로만 생각했었다. 그 중에서 정말 비위생적이었던 집에서는 며칠 동안 목욕도 하지 않고 털도 너무 길어서 눈 앞이 보이지 않는 개가 부엌에 있어서 기겁을 했던 경험이 있다. 

이 모든 경험을 생각해보았을 때 다윈은 전형적인 영국인인 듯 싶다. 이 책에서는 그가 애견인으로서 매우 특이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지만 사실 영국인으로서 다윈을 보았을 때 그와 그의 가족들이 유별나게 개를 좋아하고 서신에서도 개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 그다지 독특해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이 다윈에 관한 다른 책들과 가장 다른 점은 바로 애견인으로서의 다윈의 일생과 더불어 그가 키우던 개들이 진화론의 탄생이 있기까지의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영국에서 돌아온 후 나도 어쩌다보니 반려견이 생겼고 그 후에야 영국인들의 애견 사랑을 공감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윈이 개와의 직접적인 의사소통은 불가능하지만 그들도 감정을 느끼고 다른 방법으로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 점은 나도 충분히 이해한다. 개를 키우다보면 교감이 무엇인지를 오롯이 느낄 수 있고, 개가 단순한 짐승이 아님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개를 천대하고 학대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와 같은 조상에서 뻗어나온 존재를 무시하는 것과같다. 이 얼마나 어리석고도 오만한 행위인가. 진화론은 인간이 모든 존재를 존중하고 사랑하며 결코 인간만이 우월한 존재가 아님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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