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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액션플랜 - 캠퍼스 비밀 삽질프로젝트
황윤지 지음 / 들녘 / 2011년 8월
평점 :
이 책의 주된 내용은 대학생들이 모여서 고려대학교 캠퍼스 내의 텃밭에 농사를 짓는다는 이야기인데 책을 겉으로만 보고 잔뜩 기대한 나는 잔뜩 실망했다. 서울 시내에 살며 20대의 도시인들로써 다른 곳도 아니고 대학교 내의 텃밭에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매우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으나 솔직히 내게는 별로 였다. 굳이 농촌이 아니라 서울 근교의 시골만 가도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주된 직업이 농민인데 도시에서 농사 짓는다고 그걸 또 떠벌리고 책으로 쓸 필요까지 있을까. 더군다나 요즘은 지자체에서 지원해서 주민들이 건물 옥상에서 농사 지을 환경을 만들어주고 어떤 잡지에서 보니 공무원들이 직장 근처의 노지를 텃밭으로 일구어서 농사 짓는 기사까지 봤으니 이 책이 독특할 리가 없다.
나도 책 속에 등장하는 학생 중의 한 명과 같은 학교를 졸업했지만 이들이 스스로 잉여라고 하는 것 또한 어딘가 마뜩잖다. 중상위권 대학을 나와서 농사 짓는다고 다 잉여냐? 결국은 이것 또한 차별화된 스펙으로 이용해서 더 좋은 직장에 취업하고 돈을 더 벌게 될지 누가 아느냐는 말이다. 그저 젊은 날에 캠퍼스에서 해 본 농활 프로젝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면 이 책이 세상에 나온 의미조차 없어질 듯 하다.
대한민국에서의 대학은 더 이상 지성인의 상아탑이 아닌 국민의 80% 이상이 가는 취업준비학원으로 전락해버렸다. 이런 시대에 우리 20대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4년 후의 취업을 위해 스펙 쌓기 뿐이다. 그러나 곳곳에서는 소수의 20대들이 그들 나름의 이런 사회적인 상황에 반기를 들고 있지만 이미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조차 그것이 하나의 스펙 쌓기 과정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이 책 속의 젊은이들이 그러하다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진중함이 사라진 프로젝트를 이렇게 책으로 탄생시킨 것은 무리가 아닐까라는 씁쓸함만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