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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 컴퍼니 ㅣ 스토리콜렉터 3
하라 코이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하라 고이치의 <마루 밑 남자>를 제법 재미있게 읽었던터라 이 책도 절로 기대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엄청난 실망감만 안겨주고 말았다. 내용도 흥미롭지 못한데다가 아무런 임펙트가 없다. 그저 하나의 에피소드로 끝날 일을 괜히 길게 풀어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년퇴직 후에 할 일 없이 도서관만 다니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스고우치 겐조는 우연히 도서관에서 기리미네 도시오를 만나게 된다. 역시 정년 이후 따분한 삶을 살고 있던 기리미네는 그에게 일명 '회사놀이'를 제안한다. 이는 회사와 굉장히 흡사하지만 아무런 금전적인 거래가 없이 회사를 흉내내는 것을 의미한다. 평생을 회사에 몸 바쳐 일해오다가 회사라는 존재가 자신의 인생에서 사라져간 상실감을 맛보던 겐조는 바로 기리미네와 함께 회사놀이를 하게 되고 이 놀이는 규모가 점점 커지게 된다.
책을 읽으며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은 바로 스고우치 겐조가 매일 새벽마다 모조회사에 출근하며 누리는 기쁨과 일을 하며 만끽하는 행복에 대한 부분이다. 과연 이렇게 일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면 그렇게 될 수 있겠지만 일본의 고도성장기를 이끌어낸 세대로서 가정보다는 회사가 우선시되는 삶을 살아온 그에게 회사에 출근하는 기쁨은 왠지 씁쓸하게 다가온다. 마치 10년 넘게 학교에 다니다보니 공부를 하는게 가장 익숙하고 편한 것과 다름 없지 않을까 싶다. 또한 일본인의 평생직장에 대한 인식을 이 책을 통해 재정립하게 되었다. <먼 나라 이웃나라> 일본편에서도 일본인들은 한 직장에서 평생을 일한다고 하지만 이 책을 읽고는 요즘 일본인에게는 그런 직장에 대한 개념이 사라짐을 알게 되었다.
과연 이 책에 나온 내용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가 의문이지만 픽션은 픽션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따지지는 않겠다. 다만 정말 고령화 사회에서 정년을 한 사람들의 일에 대한 욕구가 이 책 처럼 그들의 용돈을 쓰면서까지 할 정도인지는 아직 취업도 해 보지 않은 내가 이해하기에는 무리인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