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의 정답 - 스펙쌓기로 청춘을 낭비하지 않으면서도 취업에 성공하는 비결
하정필 지음 / 지형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매일같이 구직사이트를 들락거리고 취업 카페를 기웃거리며 스펙 올리기에 모든 목표가 집중되어 있는 시기에 이 책을 집어든 것은 현명한 선택일까 아니면 혼란만 가중시킨 잘못된 선택인걸까. LG인사부에서 일했던 저자의 다년간의 채용 노하우와 진실이 담겨있다. 많은 사람들이 눈치 챘겠지만 이 책에서도 스펙을 버리라고 한다. 아무 의미없는 짓거리로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한 경험과 사색을 하라고 한다. 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이 직업이라면 평생 즐기면서 하고 싶은데 지원하면 하자마자 서류에서 떨어진다. 구직자들 사이에서 흔히 하는 말인 '광탈'이다. 그럼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채용담당자는 아무리 지원자의 이력서 란이 휑해도 자기소개서가 남들과는 다른 개성과 지금까지의 삶의 경험이 흥미롭게 나와 있으면 주목한다고, 그것도 그 사람을 다음 단계로 통과시킬 확률은 반반이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이 말의 결론은 무엇인가? 대기업에 가기 위해서는 일단 '스펙쌓기'가 우선이어야 한다는 말 아닌가!  

정말 남 얘기 하듯 쓴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참 혼란스러웠다. 그야말로 내용은 자기계발서의 표준이었다. 취업도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진짜 삶을 산다면 꼭 취업이 된다고 하지만 지금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구직자들에게는 이 말을 과감히 실천할 시간이 없다. 또 한국 사회의 구조상 누군가 취업이 된다면 그 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지원자들이 물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인데 이들이 한가하게 경험에 치중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내 주변에도 남들이 가지 않는 않는 제3세계를 학부 때 여행 갔다 와서 대기업에 취업한 사례가 있다. 물론 그 취업의 이유가 꼭 그 여행이기 때문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관련성은 있다. 그렇다면 나도 지금 당장 아프리카나 시베리아 혹은 중동으로 여행이라도 갔다 오면 자기소개서에 쓸 거리가 생기니 취업이 된단 말일까.  

결론은 이렇다. 경험이라는 것, 그것도 남들과 다른 특별한 경험을 해보지 않으면 회사에서는 눈여겨 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좋은 경험이던 나쁜 경험이던 상관 없이 그 경험을 통해 인생을 보는 눈이 좀 더 깊어지고 자기 자신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은 말이긴 하지만 취업을 위해서 그런 경험을 하는 것도 이제는 스펙의 한 부분이 되어가고 있다. 대학생들이 흔히 하는 배낭여행이 그 고유의 의도가 퇴색되어 이제는 이력서의 한 줄에 들어갈만한 스펙으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 남보다 더 특이한 경험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돈 없는 구직자는 더 불리하다. 결국은 취업경쟁이란 이런 것이다. 구직자들도 면접관이 어떤 사람을 원하며 어떤 서류가 통과되는지 다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쉽게 지금까지 믿고 행해온 스펙쌓기라는 틀을 변화시키기가 힘들어서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이 책을 읽고 실천하기에는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또 이 책에 나온 말들이 모두 맞는 말이지만 서류전형의 경우는 너무나도 양이 많아서 기준을 정하고 필터링하는 일을 맡는 업체가 따로 있기 때문에 자소서는 아무리 잘 써도 소용없다는 점이다. 모든 기업이 이렇지는 않지만, 효율성을 생각했을 때 대부분의 기업은 이렇게 채용과정을 진행한다.  

취업은 정말 힘들다. 이 책에서는 서류와 면접만 언급했지만 그 중간 단계인 인성면접에서 탈락한 지원자도 무척 많다. 그럼에도 이 책을 계기로 지금의 나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너무 급해서 숲은 보지 못한 채 나무만 보아왔던 나를 다시 발견하게 된 것이다. 넓게 생각하면서 지금의 내 앞에 당면한 장애물들이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겠다. 그렇게 되면 취업준비 또한 현명하게 할 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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