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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전염된다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 제임스 파울러 지음, 이충호 옮김 / 김영사 / 2010년 11월
평점 :
그냥 책이라기보다는 논문에 가까울 정도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기초로 이 책을 단 돈 만오천원에 사도 될까. 너무 싸다. 그리고 저자들의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한 이 놀랍도록 훌륭한 책을 편하게 읽어도 된다는 현실이 눈물겹도록 감사하다.
내가 처음 페이스북을 이용했던 게 2009년이니 그 당시만해도 한국에서 페이스북을 아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었다. 내가 처음 페이스북을 접했던 곳이 영국이었으니 여러 외국인 친구들을 페이스북을 통해 만나고 싶어서 가입하고 열심히 활동했었다. 그리고 한국으로 온 후 아이폰의 보급과 함께 급격히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뒤늦게나마 유행하기 시작한다. 그 후 문화의 흐름에 맞춰 이렇게 소셜네트워크에 관련한 책들도 나왔다. 그러나 이 책을 단순히 페이스북의 기원이나 매뉴얼 따위를 엮은 그렇고 그런 책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등을 망라한 여러 이론과 실험을 바탕으로 실제로 인간 사회에서 소셜네트워크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주 체계적이고 상세하게 정리해주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인맥의 힘보다는 차라리 독불장군 마인드에 가까운 내게 이 책이 그야말로 일침을 가했다. 네트워크의 중간에 있을수록 그리고 이행성(내가 아는 친구들이 서로를 아는 것)이 높을수록 정보를 가장 빠르고 많이 접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그만큼 받는 혜택이 많다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범죄나 성병 같은 사회악 또한 네트워크의 중간에 있을수록 가장 쉽게 노출되는 위치라고 한다. 이를 통해 보았을 때 소셜네트워크는 장점만 있는 게 아니라 단점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누구라도 이 네트워크를 벗어나서 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습성 가운데의 하나는 다른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만약 담배를 끊으면 내 주변사람 또한 끊기 쉽고 역으로 주변 사람이 끊으면 나 또한 끊기 쉽다. 취직과 투표 등의 사회 활동이 모두 개인의 판단에 의해서만 행해지는 것이 아닌 네트워크에 의해서 이루어지기 쉽다. 이를 보았을 때 비록 내가 나를 둘러싸고 있는 네트워크가 매우 좁고 협소해보여도 전체적으로 보면 그 영향은 몇 배 더 크게 뻗어나갈 수 있고, 이것이 바로 소셜 네트워크의 초유기체적 힘이다.
행복은 전염된다. 이는 우리가 행복해지 위한 단순한 격려의 말이 아니다. 실제로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때 행복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게 바로 인간 유전자에 박혀 있는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한 최고의 솔루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