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샷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한가로운 금요일 오후, 도심에서 총성이 울린다. 그리고 무고한 사람 다섯이 죽게 된다. 이 사건이 재미있어지는건 곳곳에 자명한 흔적이 남았고 이 증거들은 공통적으로 단 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범인은 곧 연행되고 구치소에서 재판을 기다리는 중, 스스로가 범인임을 부인한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을 찾는 그의 한 마디로 인해 잭 리처는 바로 사건 현장으로 달려온다. 잭 리처의 등장 이후 범인의 과거 행적과 그 뒤로 끝없이 뿌리 내린 나무처럼 이어진 음모와 진실들이 사건의 배후를 밝혀준다. 

오랜만에 읽은 잭 리처 시리즈이다. '추적자'를 매우 재미있게 읽은 터라 망설임 없이 오랜만에 잭 리처를 다시 만났는데 황당하게도 원작의 시리즈 아홉번째 책이다. 첫번째 책을 읽고 바로 아홉 번째 책을 읽으니 그 사이에 그는 어딘지 모르게 다른 인물처럼 느껴진다. 아쉬움은 차치하고 왜 순서대로 번역을 하지 않았는지 독자로서 불만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조차 언급하지 않으니 더 불만이다. 

미국의 장르문학은 다른 나라의 그것과 달리 '총'을 소재로 많이 다룬다. 국가 정서상 총을 접해보지도 않았고 잘 알지도 않은터라 총에 대한 내용이 길어지면 지루함이 더해진다. 이 책 또한 핵심 사건이 총살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총'에 대한 하드보일드 액션이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 지루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테지만, 잭 리처라는 캐릭터가 그것을 상쇄시켜 줄 만큼 매력적이었기에 다행으로 느껴진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시리즈물에서 당당하고 능글맞지만 실수 없이 일처리를 하는 역마살 캐릭터는 그닥 독창적이지 못하다. 그럼에도 한 시리즈를 책임지는 캐릭터이기에 다음 시리즈에서의 변천사가 궁금해지고 자연스레 그 매력에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스릴러물의 시리즈가 좋다.  

한 편의 영화같은 이야기에 영화 같은 해피엔딩이 통속적이고 비현실적이지만, 흡인력과 통쾌함이 없다면 아마 책을 읽는다는 것이 시간낭비로 느껴졌을 것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손이 가는 것은 역시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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