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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에 기반한 픽션인 팩션은 보통 화려함을 기본으로 한다. 화려함이 역사와 함께 했을 땐 언제나 패자보다는 승자였을 때 더욱 그럴 듯 하고 재미있어지는 법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이토록 한 편의 아름다운 소설로 만들어질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웅장하고 통쾌함이 가져다 줄 수 없는 서글픔과 애틋함이 세월을 흐른 후에 독자에게 그에 못지 않게 다른 무언가를 가져다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김훈이라는 작가를 독자로서 처음 만나 본 신선함과 함께말이다.
1616년 누르하치가 후금을 세운 후 칸의 자리에 오른 후 조선을 침략하기에 이르렀고, 조선의 임금과 세자는 청군을 피하여 남한산성에 갇히게 된다. 소설은 그 후 1637년 2월까지의 병자호란을 기반으로 한 숨가쁜 일정을 그리고 있다. 사실대로라면 굴욕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담담하게 그려낸 것 또한 김훈이 작가의 말에서 썼듯 '나는 아무 편도 아니다. 나는 다만 고통 받는 자들의 편이다'라는 말에 충실했음을 알 수 있었다.
겉으로 보이고 명백한 무거움은 무거움이 아니다. 소설을 읽은 후, 참담하고 슬픔이 깃든 남한산성을 직접 보게 되면 또 다른 진중함이 느껴질 것 같다. 그것이 바로 저자가 독자에게 바라던 바가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