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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한국 문학에서 청춘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때에는 비극적인 시대적 상황과 곧잘 어우러지곤 한다. 마치 지금의 청춘들은 그 옛날 청춘들에 비해서는 진정한 청춘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라도 하듯 말이다. 처음 책을 읽으며 신경숙이 어떻게 청춘소설이자 연애소설을 가볍지 않게 써내려갔을까 궁금해하며 읽어갔지만 이내 이런 상투성에 기운이 빠져버렸다. 흔한 소설의 소재를 흔한 방식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어딘가 신경숙이라는 소위 스타작가 답지 않다고 느낀 것은 내 기대가 너무 커서일까.
상실과 아픔과 현실과 이상의 괴리 속에서의 방황은 시대가 지나도 청춘들이 겪어야 할 몫이다. 지금 난 그 한 복판에 와 있는 것일까. 늘 스스로를 이런 암흑 구덩이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하지만, 어쩌면 다시는 이렇게 반갑지 않지만 꼭 거쳐야 하는 때가 돌아오지 않을까봐 두려워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청춘이란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나서는 영원히 후회할 수 밖에 없는 때가 아닐까. 그 정의 또한 사람 수 마다 다양할 수 있고 또한 그 모든 것이 정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또 각각의 청춘에 따라서 그 정의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기도 할테고.
주인공 윤이 예술대학에 입학한 후 만나게 된 명서와 미루 이렇게 셋은 이내 친해지게 된다. 윤이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상실감을 명서와 미루를 통해 치유하게 될 뿐만 아니라, 이들 각각이 숨겨놓았던 상처를 서로 보여주고 보듬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랜 세월을 윤과 함께 성장한 단 또한 이들과 함께 청춘의 행복한 한 순간을 공유한다. 그러나 끝끝내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해 시들어간 청춘이나 그 누구도 진실을 알지 못한 채 시들어간 청춘이 8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흐른 후 그 때를 상기시키게 되고, 이 책의 모든 이야기는 8년 전의 그 때의 이야기가 된다. 모든 것이 80년대 대한민국의 청춘들이 겪어야 했던 시대를 조망한 것은 아닐까. 혹자는 이 청춘들의 의미를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 '연가'라고 표현했다
지금 이 시대의 청춘들이 훗날 다음 세대들에게 연가로 표현할 수 있는 소설에는 어떤 내용으로 가득할까. 마치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듯 내 청춘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이렇게 소멸되어가는 것을 느낀다. 붙잡고 싶지만 붙잡을 수 없는 청춘을 억지로 묶어두려 할 필요도 없겠지만, 흘러감을 방관할 수도 없다. 어쩌면 내가 정말 혼란의 한복판에 있었던 것을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나 깨달은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내게 나만 그런 것은 아니라는 메세지를 전해주어서 정말 큰 위안이 될 수 있었다. 어쨌거나 독자로서의 실망은 이 위안이 채워주었기에 무척이나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