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사회 (반양장) - 새로운 근대(성)을 향하여
울리히 벡 지음, 홍성태 옮김 / 새물결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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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은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다’라는 하나의 문장이 어쩌면 이 책의 모든 핵심을 압축했다고 할 수 있겠다. 바야흐로 토머스 L.프리드먼이 말했던 ‘세계는 평평하다’가 현실화되는 순간이지만, 인터넷의 보급으로 인한 정보화의 기회 평등이 아닌 ‘위험’의 평등 또한 현실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집합행동론 수업에서 아주 잠깐 배웠던 위험사회에 관한 대략적인 내용에 꽤 흥미가 생겼었지만, 막상 책을 읽고난 후에는 가장 궁금한 점이 20세기에 출간된 이 책을 21세기인 지금 울리히 벡이 어떤 부분을 수정할까라는 점이다. 이 책 속에서 그가 예상했던 미래가 실현되고 있는 지금, 비단 위험사회에 관한 내용 뿐만이 아니라 미래사회의 고용과 성적 역할분담 등에 관한 그의 예감은 사실 지금에 이르러 어딘가 모르게 이율배반적인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200쪽의 ‘계속되는 대량실업, 그리고 한정되어 있으며 더 위축될 것 같은 노동시장의 일반적 상황은 남녀의 전통적 역할과 책임을 보전하고 재안정화할 것이다.’라는 그의 논리가 지금에 비추어보았을 때는 그 반대의 상황도 될 수 있음을 고려하지 않으면서도 확고히하고 있는 듯한 태도가 무조건적인 일반화를 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간의 계급격차가 산업화시대를 거쳐 지금까지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비록 정보화시대라는 새로운 시대가 개막되고, 어쩌면 계급의 양가성은 이 정보의 획득에 좌우되고 있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빈부의 격차는 시대의 변화 속도만큼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를 ‘위험사회’와 결부시켜 보았을 때, 결국 위험을 가장 먼저 그리고 정확히 인식할 수 있는 이들은 역시 부와 권력을 획득한 층이라고 할 수 있기에 자연히 그렇지 못한 하층계급은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버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지금의 세태라고 본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종국엔 결국 스모그처럼 위험은 모든 이들에게 피해갈 수 없는 불편한 손님이 되어버린다. 그때가 되어서는 부와 권력 그리고 정보 따위는 의미가 없어질 수 밖에 없다.

울리히 벡이 그린 ‘위험사회’가 현재의 사회모습인지 더욱 악화될 미래일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앞으로의 사회가 더욱 위험해지고 있음은 굳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자명한 사실이다. 처음 산업화가 시작되고, 경험에 기초한 위험이 없어서 산업사회의 부작용으로 나타난 여러 위험과 그에 따른 희생이 그 당시의 많은 이들을 당혹스럽게 했지만, 이미 그를 경험하고 난 지금은 대책 없이 그런 위험을 고스란히 겪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의 퇴출과 안전의 보장이란 그야말로 비현실적인 유토피아를 희망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저발전에서 발전으로 가기란 쉽고 동의를 얻기도 쉽지만, 그 반대로 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제는 발전과 위험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발전이라는 개념이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산업화의 결과물의 과정이기도 하지만, 이 뿐만이 아니라 가장 안전해야 할 인간이 섭취하는 식품들 또한 해당한다. 식품의 발전이란 개념이 확실히 정립되지는 않지만, 아주 오랜 옛날과 비교했을 때 새로 생긴 여러 음식이 발전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새로운 음식들이 오랜 옛날과 비교했을 때 우리의 인체에 무해한 청정식품보다는 유해한 식품이 더욱 많다는 것 또한 이를 입증한다. 내게 있어 가장 실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위험이 바로 음식과 관련된 위험이고, 앞으로 이 위험이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갈 것이라는 예상을 해본다. 이미 위험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나는 위험사회에 사는 구성원의 하나로써 어떻게 위험사회를 정의하고 방지할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사실상 전 세계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어떻게 이 사회를 그나마 현명하게 살아갈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위험사회의 도래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한 노력 또한 현명함에 포함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명함을 전지구적으로 실천할 날 또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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