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의 계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요코야마 히데오를 일부러 피해왔던 것은 단편보다는 장편을 더 선호했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쭉 훑어 본 그의 모든 책들은 거의가 단편이었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히가시노 게이고나 미야베 미유키 못지않게 쉴틈없이 그의 책들이 계속 번역되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독자들에게 인기 있고, 작품성이 좋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기대로 오랜만에 단편소설로서 처음으로 요코야마 히데오의 책을 읽어보았다.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지금까지 이렇게 인간의 심리를 예리하게 포착한 일본 소설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추리소설로서의 흥미진진함은 차치하고 처음으로 읽어 본 조직 내에서의 인간의 벌거벗겨진 진짜 모습과 그럼에도 조직을 떠나서는 살아가지 못하는 인간을 아주 잘 그려냈다. 한번도 학교 외에서는 조직생활을 해보지 못한 내가 이 책 한 권이 마치 조직사회의 매뉴얼이라도 되는 것 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이 책 속에서는 후타와타리라는 한 인물이 모든 단편에 등장하고 있는데, 조직 내에서의 인사권을 주도하고 있는 마치 영웅같은 인물로 그려진다. 한 인물의 모든 단편 속에서의 등장은 그만큼 독자의 흥미를 더욱 유도할 수 있음을 작가는 이미 파악하고 있는 듯 하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이후로 정말 잘 만들어진 일본 단편소설을 만난 것 같다. 이제서야 그의 책들이 꾸준히 번역되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고, 왜 그가 한국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지도 깨달았다. 나 또한 이 책 한 권으로 요코야마 히데오의 팬이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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