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 한 사회생물학자가 바라본 여자와 남자
최재천 지음 / 궁리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다소 의미심장하면서도 흥미로운 책의 제목이 눈길을 끈다. 2003년이라는 꽤 오랜 시간 전의 출간이니만큼 이 책은 당시 한창 큰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던 '호주제 폐지'에 촛점을 맞춘 남녀평등의 진화생물학을 토대로 한 내용을 담고 있다.  

존경하는 인물들 중의 한 명이자 그가 쓴 책은 빠짐없이 꼭 읽고 싶은 최재천 교수의 책을 한 권 읽고 난 후의 느낌은 그의 말을 빌리자면 "유전자의 관점에서 세상만물을 바라보는 개념을 접한 순간 나는 거의 완벽하게 다른 사람으로 거듭났다."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세상을 마치 다른 색의 안경을 쓰고 한 번 바라보는 것과 같은 그 짜릿함을 그를 통해 알게 된 후, 난 자연스레 생물학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 책은 그가 2000년 <EBS 세상보기>라는 프로그램에서 <여성의 세기가 밝았다>라는 제목으로 했던 여섯 회의 강의를 토대로 한 것이다. 십년이 흐른 지금, 호주제를 비롯한 이 책 속의 내용 중 일부는 이젠 이미 한국사회에 실현화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그가 이 책 속에 풀어놓은 호주제폐지의 당위성을 주장한 채 근거한 여러 과학적 사실들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내가 처음 읽었던 그의 책인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에서의 충격 아닌 충격과 매력에 다시금 빠져든 기분이었다. 

호주제가 폐지된지도 이제 2년이 되고 있고 작년 한 해를 외국에서 생활하고 와서인지 좀처럼 호주제에 대해서 들어 볼 기회가 없는 것 같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종종 토론의 소재였던 그것이 폐지된 지금 새삼스레 다시 돌이켜 보는 것에 대해서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호주제 폐지가 얼마나 한국사회가 남녀평등사회를 지향하기 위해 발전하고 있는지를 상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든다. 

다른 동물에 비해 훨씬 발달된 두뇌와 함께 '나는 누구인가?'라는 스스로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을 끝없이 제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간은 사실 이 책을 읽어본 후, 그 능력 하나만으로 얼마나 많은 오만과 독선을 일삼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와 더불어 안정된 사회를 위한 명목하에 제도를 기반으로 조직화한 사회를 만들며 호주제와 같은 사회적인 gender의 불평등함을 합리화했는지를 새삼 절감할 수 있었다. 

   
  생물학은 단순히 유전학이 아니다.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와 환경의 합작품이다. 생물학에는 유전학과 생태학(ecology) 또는 사회학(sociology)이 포함되어 있다.   
   

많은 구절들이 내게 큰 가르침을 주었지만 무엇보다도 '생물학'의 새로우면서도 가장 정확한 정의가 앞으로 생물학을 바라 볼 내 시선을 바꾸어주었다.  

'알면 사랑한다'를 좌우명으로 내건 그의 책들을 읽어보면 지금까지의 내가 얼마나 무지몽매했으며, 그 무지함이 벽을 만들고 혐오를 만들었는지를 깨달았다. 이젠 사랑하기 위해서 앎의 기쁨을 누려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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