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역시 새해가 되어도 나의 일본 미스터리물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그 의미로 2010년 가장 먼저 읽은 책이 바로 이 책이 되겠다. 예전부터 단편은 어떤 소설이던 별로라는 선입견으로 일단 제쳐두고 장편만을 찾던 내게 그래도 꽤나 호평이 많은 이 책이 내 손길을 원하고 있는 듯 보여 기대 반, 망설임 반으로 읽어보았다.

책의 구성은 이 전에 전혀 볼 수 없을 정도로 특이했다. 책의 저자가 다니는 회사의 사보 속에 단편 소설을 연재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 후 연재되는 사보와 비슷한 형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단편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각 달의 사보 차례가 꽤나 그럴듯해 보였다. 연재 부탁을 받은 그녀는 고작 아마추어 작가에 속할까 말까하는 능력으로 회사의 사원들이 모두 읽을 사보에 아마추어 소설을 연재할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그녀의 대학 선배에게 이를 부탁하게 되었고, 선배는 또 그의 절친한 친구에게 부탁을 하여 익명을 보장한다는 조건 하에 일년동안 단편을 연재한다.

미야베 미유키나 히가시노 게이고와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좋아하는 내게 이 책은 꽤나 신선했다. 한국에 번역 된 것은 2007년이지만, 사실 이 책의 원작은 십년도 더 된 1991년이다. 옮긴이의 말을 빌리자면, 장대한 스케일과 복잡한 트릭, 그리고 길고 긴 서사와는 반대로 당시엔 '일상의 수수께끼'계열의 추리가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이는 말 그대로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궁금증을 가지고 추리를 해 보는 것을 의미하는데, 실제로 이 책에 실린 열두편의 단편 모두 일상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괴담 따위를 다루고 있다. 책 제목 또한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이 아닌가. 이 책의 단순하지만 솔직한 제목으로서 퍽 친절하다고 하겠다.

단편을 한 편씩 읽으며, 과연 이것을 미스터리라고 해야 할까라는 의혹과 당혹감이 교차했던 적이 많았다. 몇몇 단편을 다 읽고 나서 '이건 뭐지?'라는 어이없음으로 이 책의 정체에 대해 의심하기도 했었다. 미스터리와는 거리가 먼 괴담에서부터 실소밖에 나오지 않는 장르를 딱히 꼬집어서 말 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단편들까지. 그러나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은 책의 마지막 부분이라는 것을 알았다. 열두편의 단편의 연재가 끝난 후, 편집자가 직접 작가를 찾아가서 이때까지 베일 속에 감추어졌던 그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된 후의 전개가 더욱 흥미진진하다. 미스터리 같지 않은 단편들을 읽은 후의 불쾌함을 일순간에 날려준 이 책은 첫 인상은 별로지만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는 사람같다고나 할까.

그래서 새해 첫 날 읽은 책으로서는 부족함이 없었다고 말하고 싶다. 역시 난 일본소설의 중독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는 것일까라는 생각과 함께, 바로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 볼 것이 뻔한 내 모습이 눈에 선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