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의 마지막 연인 아트 픽션 3
앨리슨 리치먼 지음, 정은지 옮김 / 아트북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내셔널갤러리에서 반고흐의 해바라기를 보고 이유없이 느꼈던 슬픔에 한동안 정신이 멍했던 적이 있었다. 그 후에도 한 번 더 그 작품을 보러 갔었고, 언제나 그렇듯 그의 모든 작품은 이상하게도 날 슬프게 만들었다. 아마도 그의 인생사가 슬프고 불쌍해서 그런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그만큼 그의 드라마같은 인생의 한 조각을 필두로 한 아트픽션은 많다. 최대한 그림과 자료를 근거로 실제에 가깝게 그려내려는 노력으로 예술가의 인생 또한 예술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닐까. 이 책 또한 그 중 하나로 보아도 될 것 같다. 

반고흐가 정신적인 치료를 받기 위해 머물렀던 오베르의 가셰 박사의 딸인 마르게리트와의 사랑이 이 책의 중심적인 스토리이다. 평생을 집안에 갇혀서 아버지인 가셰박사와 남동생인 폴의 시중을 드는 일에 바쳐야 하는 마르게리트는 기차역에서 단번에 반고흐의 비범함을 알아본다. 그 후 서로에게 점점 끌리게 된 둘은 결국 그녀 가족의 반대와 반 고흐의 자살로 끝내 사랑을 이루어내지 못한다.  

이 책이 더욱 각별한 이유는 저자가 직접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가셰 박사 컬렉션 전시회의 카탈로그와 여러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썼기에 더욱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당시에 살고 있던 두 명의 이웃들의 생생한 증언 또한 토대로 하였기 때문에 이 작품이 그저 픽션에 그친다고 할 수 없다.  

결국 스스로 세상과 담을 쌓고 오직 그림으로만 소통했던 반고흐이기에 그에게 사랑은 어떤것인지 더욱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평생을 독신으로 홀로 살아갔던 마르게리트를 그린 두 점의 초상화가 반고흐의 그녀에 대한 마음을 가늠해볼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지만 진실은 그 둘 외에는 어느 누구도 모르는 것이 아닐까. 누구도 알지 못하는 진실과 그 진실을 그저 상상해볼 수 있는 그림만으로 소설을 만드는 것이 아트픽션이 언제나 매력적인 이유이다. 더군다나 반고흐를 주인공으로 한 것은 무엇이든 그저 예술적이고 드라마틱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내가 그와 그의 작품을 너무 사랑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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