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던지는 외침 시공 청소년 문학 25
구마가이 다쓰야 지음, 권남희 옮김 / 시공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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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라는 단어가 내가 10대 였을 때 처음 만들어졌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는데, 당시엔 일본에 '이지메' 또한 큰 사회적 문제였다. 따돌림이야 아주 오랜 옛날부터 있었겠지만, 이런 말들이 새로 만들어지고 오랜 기간동안 널리 쓰인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군중 속엔 으레 왕따가 존재하는 것이 이젠 무척 자연스럽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아닐까.

아직 사회생활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 학교생활을 해 보면서 느낀 것은, 정말 '왕따'가 너무나도 흔하다는 것이다. 매일 같은 얼굴을 1년 동안 봐야 하는 교실 안에서는 무리짓기에 대한 은근한 신경전이 존재하게 되고, 이 무리에서 제외된 몇은 겉돌고 그 몇을 제외한 나머지가 바로 '왕따'의 역할을 맡게 된다. 어린 나이의 학교생활에서 이런 성숙하지 못한 모습을 많이 보았고, 환멸도 많이 느꼈다. 그리고 느꼈던 것은 보이지 않는 '따돌림'과 '정의'는 공생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행복을 공유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한 채, 미움받는 이에게 손을 내민다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쉽게 하기 힘든 행동이기 때문이다. 당장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정의를 생각할 수 있는 이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러나 내게 이 책이 더욱 감동적이었던 이유는 바로 사회적 '차별'에서 기인하여 자연스레 '왕따'를 도맡을 수 밖에 없는 친구들을 주인공 가즈야가 '정의'라는 신념하에 감싸주고 함께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내용이 작가의 어렸을 적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는지, 혹은 정말 허구적인 소설인지는 책 속에 나와있지 않지만, 잔잔함과 순수함 속에 깃든 감동에 오랜만에 읽은 일본문학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따돌림을 받는 누군가를 보며 사실 난 '정의'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그 사람이 불쌍하다는 생각 뿐이었고, 혹시라도 그 사람처럼 되지는 않을까하여 가슴 졸였으며, 따돌림을 받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외국에서 만난 여러 친구들과 함께 학교 생활을 해보며 느낀 것은 획일화에 조금이라도 어긋난다 싶으면 왕따로 만들어버리고, 다양성에 대해서는 결코 너그럽지 않은 사람들이 바로 몇몇 한국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때도 그렇지만 책을 읽고 다시 한 번 느끼는 것은 정말 내가 어른이라면 더이상 숨어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리판단을 할 수 있을만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며, 이는 즉 '정의'를 그저 머릿속으로만 담아두지 않은 채 실천할 수 있어야 하는 의무를 가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내게 '정의의 실천'이라는 아주 중요한 과제를 던져주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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