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코노믹스, 인간의 행복에 말을 거는 경제학 - 아마티아 센, 기아와 빈곤의 극복, 인간의 안전보장을 이야기하다
아마티아 센 지음, 원용찬 옮김 / 갈라파고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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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스가 아닌 센코노믹스는 1998년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아타미아 센'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는 더이상 경제학이 이해관계에 한정하여 효용의 증가만을 추구하는 학문이 아니라 빈곤과 불평등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경제학 속에 포함하여 인간의 복지를 증진하는 후생경제학의 발전으로 시각을 전환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그가 했던 다섯번의 강연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인데, 강연의 주제는 비슷하면서도 상이하지만 그 내용은 거의 흡사했다. 무엇보다도 모든 강연이 '아시아의 발전'에 초점을 맞춘 주제였는데, 서구의 가치와 다른 잘못 인식된 자유보다는 규율을 내세운 아시아만의 가치가 오히려 아시아의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고, 그 때문에 서구에 비해 발전이 더디다는 통념은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그는 강력히 피력하고 있다. 이를 아시아의 과거 여러가지 문헌과 기록에서 발췌하여 아시아의 가치가 과거에서부터 수직적이고 권위적이었다는 증거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고, 또한 서양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기본적 사상이라고 믿는 통념 또한 고대에서부터 전해져 온 전통이라는 근거 또한 없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그의 아시아인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에서 기인한다고 하였을 때,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그가 내세운 여러가지 의견과 과제들이 우리가 결코 헛되이 짚고 넘어갈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그가 강연 때 마다 주장하고 있는데, 한 예로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국가에서는 인간의 안전을 위협하는 기근 및 재해가 닥쳤을 때도 결코 생계를 잃어버린 이들이 아사하는 일이 없음을 보여준다. 이는 모든 이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고 조율할 수 있을 때, 최악의 환경조건이 주어지더라도 최상의 해결책으로 마무리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1997년 한국에 불어닥친 IMF사태 또한 그 이전에는 민주주의를 짓밟은 정계와 재계의 정경유착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결국 경제위기를 가져오게 되었고, 경제위기 이후에는 불평등이 더욱 심해지고 고착화 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는 또한 아시아의 발전에 대한 우리의 숙제를 선례를 통해 배워본다는 취지하에 '일본'의 예를 많이 들었는데, 일본을 아시아의 유일한 국가 발전의 모범적인 사례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기초교육'의 강화에 중요성을 많이 부각 한 이유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배워야 하는 기초교육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되었을 때, 이는 또한 무지에서 비롯한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센이 제시한 많은 과제와 그의 통찰은 사실 많이 복잡하지도 않고 많이 새롭지도 않다. 누구나가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명백하기에 오히려 더 당혹스럽기도 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학자의 의견이 고작 이 정도라고 생각했을 때 내가 위르겐 하버마스의 <사실성과 타당성>을 읽고 느꼈던 실망감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 

그러나 이 두 학자의 의견이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명백한 사실이지만, 과연 실천되고 있을까라는 의문에는 선뜻 답하기 힘들다. 과거보다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 발전의 속도는 너무 더디고, 가끔은 후퇴하는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행착오의 끝이 과연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센코노믹스의 원리와 방법론을 알게 된 후, 바로 '민주주의의 희망'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고, 결코 '경제학'이 그저 이론과 통계만으로 한정되는 현실을 완벽히 반영하지 못하는 학문이 아님을 알게 될 때 나처럼 다시 한 번 깨닫고 현실을 바라보게 되는 눈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 후에는 우리가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원동력을 가질 수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센코노믹스의 지혜를 배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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