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 - 비행기와 커피와 사랑에 관한 기억
오영욱 지음 / 예담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눈이 즐거운 여행책이었다. 단조로움 속에서도 키득키득 웃을 수 있었고, 그럼에도 새로운 곳에서의 문화 차이를 느낄 수 있었으며 또 저자와의 여정을 함께 하며 읽는 내내 감상적인 마음이었다. 여행이라는 것은 그렇다.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평소의 이성적이었던 스스로의 팽팽했던 끈을 조금은 느슨하게 해놓아서 좀 더 감성에 젖어들어도 괜찮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 글을 잘 쓰고 싶으면 여행을 하면서 써보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그 여정이 끝났을 때 다시 읽으면 그것만큼 또 민망한 게 없기도 하지만.

그림은 잘 모르겠다. 나라는 사람은 그림과는 매우 무관한 존재이기에 여행을 하며 그렸던 그림은 그래도 글보다는 비교적 다시 볼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저자도 글보다는 그림과 사진을 위주로 여행 기록을 남긴 것일까? 그 이유야 저자밖에는 그 누구도 설명할 수 없겠지만, 그림을 잘 그린다면 여행을 하는 데 더욱 감칠맛 나는 기록을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책들을 읽다 보면 그림 잘 그리는 사람들이 매우 부럽다.

유럽 곳곳과 아메리카 대륙의 곳곳을 다니며 남긴 흔적들을 책으로 묶었는데, 갑자기 유럽에서 아메리카로 장소가 바뀌거나 혹은 그 반대가 되었을 때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또 여기에 등장하는 장소는 그저 저자의 기억 혹은 추억상의 한 곳일 뿐, 독자에게 상세한 소개 따위는 해주지 않으니 이 책은 그야말로 한 개인이 남긴 여행일기를 그저 다른 사람이 슬쩍 훔쳐본다는 느낌으로 보면 좋을 것이다. 가이드북이나 그 보다는 덜 친절하더라도 여행책 다운 여행책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살아가면서 이런 기록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선사하는 아주 좋은 선물임에 틀림없다. 그림으로 남기든 글로 남기든, 현재의 내가 바라보고 느끼는 세상에 대해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남기는 흔적들은 스스로의 존재에 스스로 찬사를 보내는 기특한 행동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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