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세다 1.5평 청춘기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오유리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아 재미있다. 일본판 '습지생태보고서'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그 책은 만화이고, 이 책은 자전적 소설인데다 그것보다 조금 더 재미있다는 것이 특징이지만. 대학 시절 처음으로 독립하여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사실 인생에 있어서 대단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토록 나오고 싶었던 가족의 울타리에서 막상 나와보니 살던 집이 그리워지는 것은 물론, 이것 저것 혼자서 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고 번거롭기 때문에 조금만 게을러져도 금방 폐인으로 변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이미 많은 자취생들이 입증해주고 있다.

이런 폐인 생활도 돌이켜 보면 추억이라고 명명되고, 언제부터인가 자취생이라는 한 단어에 압축되어 그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더군다나 이 책의 주인공 다카노 히데유키는 와세다대학을 무려 7년만에 졸업한, 학교 앞에서 자취를 하는 것의 의미를 상실한 신분으로서의 반백수이지만 그도 할 일은 했다고 우기는 증거물인 이 책이 바로 그의 자취 라이프 기록이다. 그래서인지 학교 이야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에게 학교란 이름도 특이한 동아리 '탐험부'와 거기에 관련된 인맥이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스위트룸이었던 1.5평 방 또한 그 동아리의 후배를 통해서 들어가게 되었다. 그 후 그는 무려 11년 동안이나 그의 방이 있는 공동주택 노노무라에서 살게 된다. 그가 20대를 제3세계를 많이 돌아다니며 최대한의 궁핍하고 불편한 생활도 익숙하게 해 온터라, 샤워실 하나 없고 취사도구 하나 제대로 되지 않은 집에서도 기어코 11년을 나름대로 아주 행복하게 살았던 것을 보면 역시 이 또한 굉장한 능력이라고 평가할 수 밖에 없을 듯 싶다.

나도 대학에 온 후, 여러 친구들의 자취방에 가보았고 나 또한 지금은 혼자 살고 있는 처지인데 1.5평이라는 방의 크기는 내가 살고 있는 곳의 거의 1/20보다 약간 큰 크기라고 하니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에 비하면 나의 자취라이프는 거의 호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싶다. 더군다나 당시가 일본의 거품경제 시기였는데 비해, 지금은 그 반대로 전세계적인 불황의 시기이니.... 그런 나도 곧 있으면 익숙했던 이 곳에서 벗어나야 한다. 새삼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새롭게 느껴지고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 그래서인지 요즘 쌀쌀한 날씨가 내 마음을 더욱 춥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러나 다카노가 노노무라를 떠나서 그의 인생에 또 다른 변화의 획을 그엇듯이, 나 또한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정말 다행스러운 것은 그 어떤 곳이든 나 자신의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했던 울타리가 영원히 추억의 대상으로 간직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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