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의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3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3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외과의사를 읽고 스카페타 시리즈와 다를 바 없음에 실망했다. 견습의사를 읽고는 진부함에 더 실망했다. 망설이다가 세 번째 파견의사를 집어들었는데, 저자도 나같은 독자의 마음을 알아챈 것인지 시리즈 자체를 확 리모델링해버렸다. 고로, 전작들의 실망과는 달리 아주 꽉 찬 듯한 충실함이 느껴진다. 

절대 남자들에게 꿀리지 않으리라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전작들에서의 주인공 리졸리 대신 파견의사에서는 전에는 그저 잠깐씩만 비춰주었던  '죽은자들의 여왕' 마우라 아일스의 시선을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언제나 죽은 이들의 사인만 파헤치는 그녀는 감정도 없고, 일에만 중독된 워커홀릭으로 비쳐졌었는데, 알고보니 지나간 사랑에 쉽게 혼란도 느끼고, 다른 이에게 쉽게 사랑을 느끼는 나약한 성격의 여왕(?)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또 시리즈의 첫 두 작품에서 리졸리의 파트너로 나왔던 크로 또한 이번에는 비중이 확연히 줄어들었지만, 스스로의 변화와 담대함으로 리졸리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장면이 재미있었다. 사실 리졸리와 크로의 중심이 스카페타 시리즈의 스카페타와 마리노와 너무나 비슷해서 이 시리즈를 그저 스카페타 시리즈의 아류작으로 치부했었다. 파견의사까지 이런 캐릭터의 전개 구도로 나간다면 더 이상 테스 게리첸의 책에는 손이 가지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었는데, 다행히도 파견의사를 읽고 그런 염려는 사라져버렸다.

등장인물의 새로운 면모의 과감한 노출과 빠른 전개방식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전작에서의 싸이코 의사로 등장한 앤드루 캐프라의 연쇄살인마로서의 자극적인 사건 대신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이른바 팩션으로서의 줄거리 또한 훌륭했다. 물론 사건의 모든 요소들이 한 사건에만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기에 느껴지는 산만함과 결말에 이르러서의 전투 장면 레퍼토리의 변함 없음은 여전했지만 말이다. 

리졸리의 인간적인 면이 시리즈를 더해갈수록 많이 느껴진다. 이번에는 그 연장선상에서 대변신을 하였기에, 다음편에서의 그녀가 더욱 기대된다. 이제 테스 게리첸의 이 책들이 내가 항상 칭해왔던 '리졸리 시리즈'가 아닌 '의사 시리즈'로 불러야 함에 불안함과 함께 기쁨이 느껴지는 것은 시리즈의 각 권에서의 빠른 전개와 변화를 바라지만 리졸리 만큼은 언제나 지켜보고 싶은 마음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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