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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나만의 무대를 세워라 - 초라한 들러리에서 연봉 10억 골드미스가 된 유수연의 성공 비법
유수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이렇게 스물셋을 보내는구나라고 생각할때 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등교길에 항상 보는 8절신문에서 이 책의 소개글을 읽고 꼭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무엇이든 2년만 죽은듯이 하면 이룰 수 있는 글귀 때문이다. 마치 내가 읽어야 할 운명의 책처럼 그렇게 운이 좋게 내 손에 쥐어진 이 책은 고3때 나를 자극했던 수많은 말과 책처럼 또 다시 졸업을 앞둔 내게 자극제가 되어 준다.
재수를 하고 이제 3학년의 막바지로 학교를 다니고 있는 나는 이른 아침 집을 나서고 또 저녁 늦게 피곤한 몸을 이끌며 집으로 오면서 이런 쳇바퀴 같은 생활의 귀착점은 과연 무엇인지 항상 의문을 품고 있는 중이었다. 이 길이 내가 가야할 길의 연장이라면 두 말 않고 꾹 참고 할 수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전공하고 있는 학문인 사회학은 졸업만 하고 나면 나와는 무관한 학문으로 버려질 것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3년이나 학교를 다녔지만 내게 사회학은 여전히 사회학이라는 그 명칭만 다소 익숙해졌지, 불행히도 여러 이론은 아직도 누군가가 물어보면 쉽게 말을 꺼내기 힘든 지경인 것은 시험때만 벼락치기로 외우고 쓰고 증발시켜버리는 전형적인 우리나라의 교육방법을 지금까지 충실히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꿈도 없고 대충 시키는대로 학교나 다니는거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다. 천만다행으로 난 내가 갈 길을 정해놓고 있고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워놓긴 했다. 그렇지만 이는 어떻게보면 대학 졸업을 앞둔 학생이라면 당연히 하는 것이 아닌가, 오히려 이런 계획조차 없는 고학년이 이상한 것이다. 또한 한 가지 문제는 난 이렇게 계획을 세워놓고도 너무나도 주변의 여러가지 유혹에 휘둘린다는 것이다. 이런 우유부단함으로 어떻게 스스로를 단련시킬 수 있을지 스스로 봐도 한심할 지경이다. 이런 상태에서 이 책을 만난건 다시 한 번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책에서 본 '20대가 그 후의 인생을 성공적인 삶으로 이끌 수 있는 기간'이라는 그 한 구절에 대해 이 책은 저자의 직접 경험을 담아 아주 강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야말로 독설이 책 그대로 나온 것이다. 아주 고맙게도. 덕분에 난 또 한 번 제대로 엔진을 가동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책을 읽어보면 참으로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하나의 언어로서의 영어를 그 본래의 성격과 달리 우습게도 시험대비용으로 가르치는 것은 여전히 내가 경멸하는 점이고, 저자 또한 이런 지탄을 많이 받았는지 그 점은 사회의 잘못된 구조로 잘못을 넘긴다. 또한 사회학도로서 이 책을 평가했을 때 이 책은 전형적인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누군가가 수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내 놓은 자서전에 또 한 권을 추가한 격으로 평할 수 있다. 여기서의 '한국인의 피'란 저자가 책 속에서 20대는 '새마을운동'의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써 놓은 것에서 알 수 있듯 한국이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는 것을 가능하게끔 한 정신을 의미한다. 비교적 삶의 질이 풍요로워진 지금까지도 이런 피가 흐르는 성공한 소수의 사람들은 이 정신을 잊으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의미에서 여전히 책을 쓴다. 이를 21세기의 '신새마을운동'이라고 일컬을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이렇게 젊은 이들에게 채찍을 가하고, 이 좁은 대한민국의 땅덩어리에서 바늘 구멍만한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 스파르타로 훈련시키고, 양질의 노동력을 만들어내는 이 시스템의 선두에 서 있는 누군가가 낸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이런 책은 썩 씁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한국의 사회적 구조가 이런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고 있는 현실이지만 이런건 차치하고라도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에서 20대를 제대로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충고는 정말 값지게 다가온다. 내 나이 스물셋. 고작 스물셋이기도 하고, 벌써 스물셋이기도 하다. 그러나 난 고작 스물셋이라고 생각하련다. 아직 늦지 않았다. 저자가 내 나이에 무작정 호주로 떠났듯, 나 또한 무작정 시도해보련다. 스물셋의 끄트머리에서 이 책을 만난건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