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슬럼버 - 영화 <골든슬럼버> 원작 소설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사신치바>를 읽었을 때만 해도 작가 이사카 고타로에게 큰 주목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그럼에도 약간 지루한 책이었다는 기억 뿐이기 때문이다. 가끔 요즘도 자살을 하는 사람들 소식을 접할 때면 "이 사람에겐 사신치바의 힘이 발휘되지 못했군."이라고 우스꽝스러운 생각을 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 그가 수많은 작품을 썼지만 가장 최근에 발간된 그리고 제법 판매 부수가 높은 이 책을 읽고 난 그에게 주목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케네디의 암살이라는 전대미문의 역사적 사건에 대한 소재를 픽션으로 끌어들여 세상이 추적하는 한 남자에 대해 박진감 넘치게 풀어썼으니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다.

책을 읽으며 느끼는 한 가지 의문은 왜 작가는 케네디 암살범 오즈월드가 정말 범인이 아니며, 혹은 그 배후에 조종하는 큰 세력이 있다고 확신하느냐이다. 이 사건의 진정한 사실은 몇몇 관련된 사람들을 제외하거나 어쩌면 세상의 모든 사람이 모르는 사실인데 말이다. 이 확신이 조금은 위험한 발상이 되지도 않을까 싶어 그의 책날개의 사진에서 보여지는 당돌함이 소재 선택에서 또한 느껴진다.

선행으로 방송을 통해 얼굴이 알려진 선량한 시민이 느닷없이 총리의 암살범이 되고 배후의 감당할 수 없는 큰 세력에 쫓겨 다니는 내용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사뭇 궁금해졌다. 결국 그 끝이 내가 기대했던만큼의 완결성을 보여주었느냐는 의문이 느껴지긴하지만 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이 제 각각의 해석을 하고 또 나름의 메세지를 읽은 것 같다. 혹자는 현대사회의 무인카메라 즉 이 책 속에서의 시큐리티 포드의 무서움과 폐해를 지적하는가 하면 한 사람의 미디어를 통해 보여지는 피상적인 이미지 혹은 그 이미지를 조작하는 세력에게 대중을 비롯한 당사자가 얼마나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보기도 한다.

여러가지 느낄 수가 있겠지만, 현대의 일본 그리고 지금 이 사회가 어떤 보이지 않는 큰 세력에 휘둘릴 수 있는지의 경각심을 주었다고 본다. 마치 판옵티콘처럼 우리가 볼 수 없는 어떤 것을 그들은 볼 수 있으며 그들이 조작을 하는대로 우리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그저 막연히 알고 있을 뿐 매번 의심해본적은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역시 젊은 작가의 힘이 느껴진다. 2008년에 새로 쓰인 일본판 <1984>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젊은 작가에게 주목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내가 혹 어떤 거대한 힘이 주어지는대로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만히 중심을 잡고 바라볼 계기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