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잃다
박영광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뉴스를 보면 종종 경찰이나 소방관이 사명을 다 하는 과정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소식을 접한다. 그저 나를 비롯한 사람들은 혀를 차거나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며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지는 않지만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그들의 명복을 빌 뿐이다. 수많은 사람이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억울하지 않게 죽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또 제 명을 다 하지 못하고 먼저 하늘로 떠난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직접 겪어보지 못하더라도 뉴스를 보면 실감할 수 있다. 

한 남자가 사랑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던 중 예기치 않게 이처럼 일찍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경찰 신분으로서 범인을 잡다가 예상치 못하게 칼에 찔려 끔찍하게 죽게 되고, 책의 내용은 그가 죽은 후 영혼만이 살아남아 가족과 함께 했던 시간을 되돌아가며 보듬어주고 있다. 십년이라는 짧으면서도 긴 시간을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살아가고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분신과 같은 아들과 딸을 두고 그 어떤 유언 하나 남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는 느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 그 자체일 것이다. 이는 비단 죽은 사람 뿐만이 아닌 남아 있는 사람들 또한 그 보다 몇 배나 더 힘든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죽은 이는 말이 없지만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는 행복했던 추억이 고통으로 남아 있을 수 밖에 없고 사랑했던 이의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냉정하고 아픈 의무감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저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이런 사별한 가족들의 아픔을 책으로 깊이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실제로 경찰로 복무하고 있는 작가 덕분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경찰의 업무에 대한 묘사 뿐만이 아니라 주인공이 죽어갈 때의 묘사력이 대단했다. 실제로 겪어보지 않고는 감히 이런 글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이는 작가의 직업적인 내공 덕택이리라고 본다.

사람의 목숨이 질긴 것 같으면서도 한 없이 가볍다는 것을 느낀다. 인간이란 대단하다고 느끼지만 죽음이 닥쳤을 때는 생명이 있는 다른 것이 소멸하는 것과 다른게 무얼까. 그저 남아 있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슬픔을 남기고 떠나야 한다는 것이 죽음의 가장 큰 슬픈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탈없이 건강하게 그리고 화목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가족에게 그저 감사할 뿐이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또 어떤 것인지 또한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아빠와의 벽을 허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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