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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험 - 바이오스피어 2, 2년 20분
제인 포인터 지음, 박범수 옮김 / 알마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지구 속에 지구와 같은 환경 조건을 만든 공간에서 2년 동안 여덟명이 살아가는 실험은 무척이나 신선하고 획기적이다. 이 실험은 우주로 인간을 점점 쉽게 보낼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과연 지구를 떠나 지구와 같은 환경으로 인간을 생존할 수 있게 할 수 있느냐의 의문에 대한 답으로 주어질 수 있다. 그 외에도 지구의 기후 변화와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농도, 그리고 제한된 공간 속 생태계에서의 생물다양성의 변화 등을 아주 단시간에 간파할 수 있는 과학적 결실이 아주 큰 의미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미국에서 이 실험을 수행했을 당시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굉장했었고 그만큼 논란도 많았었다. 이 책은 당시 실험에 참여했던 여덟명 중의 한 명인 영국인 제인 포스터가 2년 동안의 미처 밝혀내지 못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바이오스피어의 이면의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당시 이 실험을 실제로 지켜보고 그 생생한 실황을 경험했더라면 아마 이 책은 내게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책을 읽기 전에는 전혀 그런 실험을 수행했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었고, 그저 이 책을 통해서 이 실험이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작은 공간에서 지구의 자연환경을 구획적으로 나누어서 살아간다는 실험에 대해서 아주 흥미롭게 느껴졌다. 2년 동안이라는 그들에게는 무척이나 긴 그 시간동안 바이오스피어의 관계자들 사이의 알력과 투쟁이 대단했고, 책의 후반부는 주로 그 부분을 다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인간이 이룬 역사적인 부분 이면의 추악한 부분을 이토록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 굳이 밝혀낼 필요가 있을까라는 아쉬움이 느껴졌고, 2년 동안 수없이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비정상적인 농도 변화로 하여금 산소를 외부에서 공급받는 대책에 대한 경영진과 과학진 사이에서의 논쟁 또한 실험의 목적을 흐리는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장 명심해야 할 부분은 이 실험의 궁극적인 목표와 의의인데 외부적인 부분에 의지를 한다면 실험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멤버들이 굶주림에 지쳐서 외부에서 맥주를 밀입해서 마신다거나 초콜릿과 같은 다른 음식물 또한 그렇게 먹었다는 사실의 고백을 보고는 이런 부분이 실험의 신화적인 부분에 손색이 가해질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그들은 2년 동안을 그 온실 속에서 꿋꿋이 버텼고, 인간으로서의 한계와 극기를 충분히 이겨냈으며 끝까지 정상적인 인간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는 그 용기에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후 바이오스피어는 목표와 달리 다른 실험자들의 실험은 그저 어영부영 몇 번 한 것을 끝으로 방치되어있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굉장히 중요한 실험장소로 남아있다고 한다. 실험에 관계된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치중하지 않은 채로 그저 실험의 의의와 그 실험을 이루어낸 인간의 경이로움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면 앞으로도 지금처럼 대단하고 아름다운 과학적인 역사로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