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력 증후군 - 제1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윤고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을 읽을 때는 최대한 빨리 읽고 치우자라는 몹쓸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데다 절대 시간이 별로 없을 때는 읽지 않는다. 방학 때 쯤 한 두 권 정도 재미삼아 읽는 나도 한 때는 엄청 소설을 좋아했던 적이 있었다. 한국 소설도 제법 읽긴 했지만, 역시나 정이현이나 한강의 소설 같은 내 또래와 너무 괴리감 느껴지지 않는 지금의 우리 시대를 잘 표현한 소설이 훨씬 읽기 편하고 좋았다. 이런 느낌은 나 뿐만이 아닌가보다. 마치 가요계의 새로운 아이돌 그룹이 끊임없이 브라운관을 점령하는 것 처럼 한국 문학에서 중장년층 작가는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는 가요계의 아이들처럼 젊은 작가들이 위기의 한국 문학계를 짊어져야 하는 다소 편협하고도 씁쓸한 현실로 남게 된 것이다.

문학동네의 문학상 수상작은 몇 번 접해보았지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은 처음이다. 책 날개의 프로필 사진 또한 요즘의 젊은 작가다운 면모를 가감없이 보여준 것부터 해서 (거의 연예인 프로필 사진) 소설 또한 톡톡 튀는 기지를 발휘하고 있다. 어느 날 달이 두 개가 된 후, 세상은 발칵 뒤집힌다. 여러 직장을 전전하며 드디어 부동산 중개업자로 근근이 회사를 다니고 있는 나는 마치 하나의 종교가 사회를 분열시키듯 중력자와 무중력자로 이분법되어 있는 세상에서 끝까지 중력자라고 생각하는 반면, 주변에서는 벌써 번식되는 달에 홀려 지구를 떠나고자 하는 무중력자들이 판을 치고 있다.

도시인의 소외감과 미친듯이 변화하는 세상, 하루도 조용할 것 없는 이 도시 속에서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거짓이거나 진실이거나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하나의 소재가 생긴다면 서로 고립되어 있던 이들은 잠시나마 그 벽을 허문 채로 서로 손을 부여잡는 하나가 되거나 사회의 틀 속에 지극히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판단력을 의지한 그들의 모습을 탈피하고자 발악한다. 이것이야말로 자연현상으로서의 중력이 지구를 지배하듯 인간을 지배하는 또 다른 무언가를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젊은 작가 답다. 소재와 문체의 톡톡튀는 참신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비록 하나의 긴 해프닝으로 끝난 무중력 사건이지만, 이로 인해 발칵 뒤집어진 세상의 추한 틈을 보고 그 속에서 그래도 끝까지 자기 만족 혹은 합리화로 살아가고 있는 나와 너와 우리에게 비틀린 미소를 짓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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