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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단백질 이야기 - 식인풍습과 광우병, 영원히 잠들지 못하는 저주받은 가족
D. T. 맥스 지음, 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조류에 편승하여 출간된 번역본으로서의 상업적 목적이 무척 속보이는데다 광우병의 '광'자만 들어도 분노가 치솟는 이 민감한 시기에 이 책이 불난 집에 기름 붓는 역할을 톡톡히 해주리라 생각했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게되고 그 입증되지 못한 안정성의 파문이 극에 달했지만 사실 광우병이라는 병 자체에 연구를 시도한 것이 무척 최근의 일이고, 아직까지도 많은 정보를 알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괜찮다거나 혹은 무조건적으로 위험하다고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CJD가 확률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도 사망률이 100%에 달하는 끔찍한 병이니만큼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고 보는 나의 견해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시사적인 문제에 비추어 이 책을 읽는 것은 오히려 더 분노만 살 뿐이라는 생각에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제 전 국민이 다 아는 CJD가 언제,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는지 찬찬히 살펴보려고 노력했다. 흥미롭게도 저자가 신체 단백질의 변형으로 인한 병으로 다리에 보조기구를 착용하고 있는 환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병에 대한 지식을 파헤친다는 심정으로 조사했을 것임은 틀림없는 듯 보였다. 그 결과 놀랍게도 그저 표면적으로 알고 있는 프리온 질병인 CJD는 처음으로 생겨난 프리온 질병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편적인 지식으로만 알고 있던 양에게서 나타나는 스크래피나 사슴에게서 나타나는 만성소모성질환(CWD)등을 비롯해서 전혀 알고 있지 못했던 이탈리아 한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는 프리온질병인 FFI의 소개와 함께 직접 그 가족들을 만나고 대화해봄으로써 책은 프리온 질병의 연대기적인 부분과 발병될 당시의 사회적 환경 및 상황까지도 조목조목 알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 역사를 차근차근 되짚어가면서 다시 한 번 느낀 것은 아직도 프리온 질병이 미지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비록 프리온 연구로 인해 노벨상을 받은 학자들도 있고, 또 그들 밑에서 끝없는 인내를 가져야함에도 학문적으로 무척 매력적인 이 영역을 탐험할 또 다른 많이 학자들이 점점 뛰어들고 있는 현실이지만 아직도 프리온에 관해서는 활발히 연구중이고 불행히도 이 수수께끼는 지금 당장 밝혀질 정도로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점만 피력할 뿐이었다. 그저 바이러스도 세균도 아닌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존재가 어떻게 인간과 동물을 끊임없이 처참하게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인지 가히 공포스러움 그 자체였던 것이다.
30개월이상 소를 수입하겠다는 한국 정부는 미친소가 늘어가고 vCJD 환자가 존재함에도 국가적 이득 혹은 지극히 소수의 사람에게만 나타남으로써 방관자적인 태도를 보였던 영국과 당시에 그저 다른 나라 이야기로만 멀찍이서 보고 있었던 미국의 광우병과 vCJD 환자에 대한 태도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의 한국사회를 거울 삼아 읽지 말자고 했지만 그 노력이 쉽지 않을 정도로 한국은 그 두 나라에 이어 세 번째 실수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영국,미국과 다른 점이라면 시간이 경과함으로써 프리온 질병에 대한 베일이 아주 조금 벗겨진 시기에 실수를 하고 있는 것 뿐이다. 아주 조금 벗겨진 지금 마치 모든 것이 밝혀진 것 마냥 30개월 소를 국내에 수입하겠다는 것은 책에 언급된 일본의 신중함과는 너무나 비교되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유전자의 이종접합이 아닌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가설을 다소나마 입증한 동종접합의 사람이 많은 일본과 한국에서의 이 태도의 차이는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르포 형식으로 다룬 이 끔찍한 이야기는 슬프게도 현재진행형이다. 아직도 프리온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많은 학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고, 끔찍한 질병에 걸릴까봐 한 나라의 국민 또한 고군분투하고 있다. CJD와 스크래피,만성소모성질환 모두 인간이 저질러놓은 자연에 위배되는 만행의 벌이지만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이탈리아의 한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프리온질병인 치명적가족성불면증(FFI)은 어떤 이유로 발병하게 되었는지 아직도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저 끔찍한 질병의 희생양이 되어야 한다는 불안함으로 살아가는 지구 한 곳에 그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뿐이다.
책을 읽기 전 예상했던 것보다 막상 읽으니 더 끔찍했다. 다소나마 사회적태만에 빠진 나 또한 끔찍한 악마의 손아귀에 잡힐까봐 연신 한숨을 쉬며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요컨대 한국 정부 최대의 실수를 부각하는 책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