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와 포스트모더니즘 이제이북스 아이콘북스 3
데이브 로빈슨 지음, 박미선 옮김 / 이제이북스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 힘든 '포스트모더니즘'과 '니체'와의 연결이 생소하면서도 신선하고 한편으로는 당혹스럽기도 하다. 물론 니체가 근대화에 대한 치밀한 연구와 철학적 사유로 현상의 배후를 밝힌 최초의 철학자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나 그의 생애 전반적인 이론이 모두 포스트모더니즘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조금은 비논리적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에서 다룬 이론은 그 토대를 입증할 수 있는 니체의 몇몇 이론과 거기서 영감을 얻은 많은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의 새로운 주장에 대해 다룬 이를테면 포스트모더니즘의 발달사 및 그 토대가 된 니체의 철학에 대한 소개를 다룬 책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철학에는 문외한이지만 사회학도인 내게 '포스트모더니즘'을 연구할 기회가 생겼고, 그저 '탈근대'라고만 알고 있었던(심지어 어떤 교수도 이렇게만 정의내렸었던 기억이 난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실로 그 명확히 정의내릴 수 없는 방대함과 모호한 역사적 뿌리에 대해 알고난 후 더욱 흥미가 생기게 되었다. 그런 맥락에서 사회학과 철학에서의 포스트모더니즘과 많은 사람들이 친근하게 접하고 있는 예술에서의 포스트모더니즘의 상이함에 대해 알게 된 지적 충격은 얼마나 나 자신이 무지했는지를 입증해 주기도 했다. 비록 포스트모더니즘 관련 책이 포스트모더니즘이 한 때의 '붐'이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요즘은 출간이 뜸하지만, 그 중에서도 포스트모더니스트라고 자처하는 학자들이 아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명한 철학자 '니체'를 포스트모더니즘과 연결시키는 독특함에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어 흥미로운 마음에 책을 펼쳤다.

이 책은 살림지식총서와 비슷한 두께와 크기의 시리즈로 나온 아이콘북스 시리즈 중의 한 권인데, 이름은 많이 들어보지 못했고, 나온지도 꽤 되었지만 나름 잘 만든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복잡하고 어려운 철학을 많은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쓴 입문서인데다 여러 철학관련 용어의 정리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더군다나 여러 학자들의 간략한 소개 및 니체 철학의 시대적 발전과 정리를 간략하면서도 중점적으로 알맹이만을 보여 준 실속 덕분에 '니체','포스트모더니즘'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스트'에 대해서 확실히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요컨대 확실히 니체가 최초의 포스트모더니스트 혹은 포스트모더니스트의 증조부라고 단정짓는 것은 하나의 오류를 범할 수도 있는 문제다. 그러나 푸코와 리오타르 등 저명한 학자들을 비롯한 실존주의 철학까지도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다. 니체가 경멸하는 이성 중심주의의 한가운데서 과학을 신봉하고, 이성을 과신하며, 윤리적인 훈육을 제대로 받은 인간상인 나 또한 정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어쩌면 '힘에의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드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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