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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성찰 ㅣ 살림지식총서 27
신승환 지음 / 살림 / 2003년 8월
평점 :
포스트모더니즘을 그저 탈근대 지향주의로 치부하고, 그런 맥락에서 서구지향적인 이분법주의를 탈피하여 동양사상의 미덕을 추구하는 것으로 여길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저 이런 것이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생각한다면 한참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모더니즘이 무엇이며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 영향력은 어떤지에 대해서 모르는채로 그저 보고 들은 것들로 지식화하기에 포스트모더니즘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요컨대 성찰이 필요한 것이다.
살림지식총서를 처음 접하는데, 책이 얇지만 내용은 무척 알차고 좋아서 밑줄 그은 부분이 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주제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이토록 엑기스만 뽑아서 책으로 만들었으니 무엇보다도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꼭 읽어보아야 할 시리즈인 것 같다. 그 중 한권인 27번째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성찰>은 언제부터인가 등장하여 오랜 시간 하나의 담론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한 포스트 모더니즘을 '철학적 시각'으로 성찰했다. 그렇기 때문에 철학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있는 독자라면 쉽게 읽어내려갈 수 있겠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적은 양의 내용임에도 수없이 곱씹어보면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저 사회학적 시각으로 보기에 적절할 것 같았던 하나의 사상을, 그 속을 들여다 보기 위해서 철학적 사유를 이용해서 파헤쳐보니 그 뿌리 속까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더군다나 근대 사상의 유래를 더듬어보고 탈근대를 지향하기 까지의 많은 학자들의 연구와 그에 따른 인용을 접해보면서 어쩌면 탈근대화는 이미 예언 되어 있었던게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근대의 핵심이지만 폐해일 수도 있는 나와 너의 이분법적 시각은 자연스레 인간을 주체로 그리고 자연을 객체로 변화시켰고, 인간은 이성을 중심으로 수학적 원리를 끌어들여 쉼없이 자연을 이용하고 파괴했다. 그런 맥락에서 자연스레 탈근대주의에서는 '타자에 대한 책임성'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포스트모던적 분석의 기점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타자에 대한 책임성은 다원성을 낳게 되고 인간의 헛된 보편주의가 아닌 개체성과 차이성을 중요시하는 어우러짐을 이끌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포스트모던이 지향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철학적인 사유로 포스트모더니즘을 살펴보니 그저 겉모습이 아닌 뿌리깊은 역사와 인간 근원의 정신까지 탐구할 수 있게되었다. 철학은 좀 더 가까이서 세밀하게 하나의 세상을, 인간을 그리고 거기서 파생된 사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그런 의미로 이 책이 내게는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 철학에 대한 재인식의 계기도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