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 씽킹
제롬 그루프먼 지음, 이문희 옮김 / 해냄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의사는 사람이다. 사람은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가 실수를 하는 것은 쉽게 용납되지가 않는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에 어쩌면 사람들은 의사를 사람으로 보기보다는 신과 같은 존재로 여기고 있는게 아닐까? 태어나서 링거 한 번 맞아본 적이 없는 나이기에, 아파서 병원 간 일이 손에 꼽을 정도여서 의사의 오진에 대해서는 그저 남 일이라고만 여겼었다. 그리고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라고 생각했었다.

이 책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환자들에게 의사도 사람이라는 것을 각인시켜준다고 할 수 있겠다. 때문에 충분히 의사들도 같은 환자를 보고 진단을 다르게 내릴 수 있고, 검사 상 미묘하게 보이는 문제들을 간과하거나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는 모두 의사들의 인지적 오류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는데, 그들이 오류를 범하는 이유 역시 그들은 실수를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지극히 객관적인 입장에서 볼 수 없는 인간이라는 특성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오류를 범하는 의사들의 면죄부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저자의 의도는 환자들도 수동적으로 의사의 판단만을 기다리고 그대로 행동하기 보다는 의사도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똑똑한 환자가 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사실 의사와 일반 사람들의 차이는 '정보의 차이'이다. 어떤 질병에 대해서 구체적이고 자세한 정보를 알고 있느냐 그렇지 못하냐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도 충분히 정보를 검색하고 수집할 수 있다면 자신의 병에 대해서 잘 알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즉 똑똑하고 능동적인 환자가 될 수 있음을 뜻한다.

환자가 의사를 쇼핑한다고 표현 한 현실이다보니, 병원도 환자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살아날 수 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의료의 서비스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환자들이 바라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그들의 말에 귀 기울여 주고, 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상세하게 설명해주며 환자들에게 적정한 시간을 투자해 줄 수 있는 의사를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사회에서 환자는 곧 이윤을 뜻하고 이윤을 많이 추구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레 의료의 질적인 측면보다는 양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이런 '인술'을 펴는 의사는 사실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같은 맥락으로서 제약회사와 의사와의 관계 그리고 환자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이 책은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제약산업과 의학이 서로 상보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 이 둘을 이분법적으로 적대적 관계로 폄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관계 속에서 환자들이 경제적으로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의사와 제약회사간의 부조리하고 비윤리적인 관계의 개선을 위해서는 그냥 덮어둘 수 없는 문제라고 본다. 

이 책은 그 누구보다도 많은 의학도 및 의사들이 필히 읽어야 할 것 같다. 물론 저자의 의도는 일반 사람들에게 의술의 진실에 대해 알리고자하는 의도였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의사처럼 많은 정보를 가지지 않는 이상, 의사들이 이 책을 읽고 좀 더 바른 의술 곧 인술이 무엇인지를 알고 실천한다면 의학의 질적 수준의 향상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