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마다가스카르 - 스물넷의 달콤한 여행 스캔들
Jin 지음 / 시공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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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세상과 하는 연애 같은 거다.
두근거리며 시작하고, 조금씩 상대를 알아간다.
실망하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하고, 정도 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편해지지만, 한편으론 지루한 감도 있다.
그렇다면 연애는 상대를 돌아보는 여행 같은 걸까.
                                                                                   -p.218

아프리카 남동쪽 섬나라 마다가스카르. 이름은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듯하지만 그래도 지도상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도 모르는 곳. 생소함에도 불구하고 카페나 호텔 이름 앞에 붙이면 무척이나 낭만적일 것 같은 엉뚱한 느낌이든다. 아프리카라는 대륙 자체가 광활함과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 그리고 까만피부의 하얀이를 가진 사람들의 대륙이라는 생각밖엔 없으니 그럴만도. 그러나 요즘 아프리카 관련 도서들이 쏟아져나오니 아프리카는 더 이상 가기 힘든 곳이고 낯선 이미지가 아니게 되었다. 어쩌면 이 책은 이런 대세에 일조하듯 나온 책 중의 하나로 볼 수도 있겠다.

루빈슨 크루소를 서른번도 넘게 읽은 스물넷 여대생의 마다가스카르 여행기. 루빈슨 크루소에 등장하는 이 나라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여행은 대학생이라는 자유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는 때가 아니면 가기 힘들다는 친구의 조언을 듣고서 비로소 그녀가 직접 이 나라에 발을 딛게 한 것이다. 문득 그 친구의 조언이 나를 향해서 하는 말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저자처럼 1년 동안 재수를 해서 대학에 들어왔고 그렇게 힘들게 들어온 대학에서 막상 마음껏 놀 줄 알았던 지금의 난 그냥 시간만 어영부영 보낼 뿐 딱히 대학생만이 할 수 있는 특권 다운 특권은 누려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매번 방학 때 마다 어디론가 떠나기를 갈망하지만 막상 방학이 오면 취업을 위한 소위말하는 스펙을 올리기 위해 여행을 계속 미루게 된다. 이렇게 1,2학년을 보내고 3학년이 되어서 어디론가 훌쩍 떠나기엔 조금 조심스러워짐에도 이런 나의 망설임을 한 순간에 털어버리라는듯 그녀는 지금의 내 나이에 휴학을 하고 훌쩍 마다가스카르로 떠났다.

수도인 안타나나리보를 첫 발판으로 디에고, 피아나란추야, 포르트돌팡, 마하장가, 마나카라, 이오시... 이름도 특이하고 생소한 곳을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 가면서 나 또한 그녀처럼 많은 것을 느꼈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곳에서 프랑스인들의 부유함과 대비되는 마다가스카르인들의 빈곤함으로 인해 돈 많은 프랑스인과 결혼해서 조금이라도 빈곤과 비참함에서 벗어나보려는 많은 소녀들, 또 외국인만 보면 돈을 달라고 손을 내미는 수많은 아이들. 어쩌면 마다가스카르는 이 곳에 살고 있는 돈 많은 프랑스인들 때문에 더욱 비참함과 모순이 극명하게 보일 지도 모른다. 그 씁쓸함에도 천진함으로 빛나는 마다가스카르인들의 따뜻함과 인정이 이 여행을 더욱 값지고 빛나게 해 준 게 아닐까. 

무엇보다도 이 여행을 가장 빛나게 해 준 것은 바로 사람들과 로맨스이다. 마치 한 편의 로맨스 소설을 읽는 것과 같은 두근거림과 애틋함이 책을 끝까지 놓지 않고 잡을 수 있게끔 해주었다. 어느날 그녀에게 다가온 서른다섯의 천사라고 불리우는 그에게 스물넷 숙녀의 가슴 두근거리는 애틋함과 그리움 그리고 재회가 어쩜 이리도 드라마처럼 전개될 수 있는것인지 내 마음까지 괜시리 두근거리고 애틋해질 정도였다. 다른 여행기가 여행의 목적에 걸맞는 훌륭한 장소에 대한 묘사와 사진으로 채워져 있다면 이 여행기는 낯선 곳에서의 사람들과 사랑에 대해 더 많이 채워져 있는것이 특징이다. 물론 아프리카라는 장소의 특성이 그럴 수 밖에 없을 수도 있지만, 사람을 향한 여행기라는 점에서는 마치 한비야의 여행기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뜨거운 태양, 카메라만 보면 찍히고 싶어 달려오는 사람들, 색색의 시외버스, 구불구불한 길, 비릿한 음식, 말라리아, 백인과 흑인의 오묘한 조화... 마다가스카르의 냄새가 나에게까지 느껴지는 것 같다. 이 냄새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스물셋의 나를 보고 하고 싶은대로 하고 가고 싶은대로 마음껏 가라고 재촉하는 것 같아서 문득 초조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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