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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손가락 ㅣ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잡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다. 책의 제목 그리고 표지만으로 섬뜩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추리소설가인 그의 작품은 단순히 복잡한 트릭으로 독자들의 뒤통수를 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바로 지금의 사회현상에 대한 배경을 다루고, 간접적으로 일침을 가하는 것이 바로 그의 작품들의 특징이다. 때문에 그를 '사회파 추리소설가'라고 명명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붉은 손가락' 역시 현대사회의 고령화의 폐해, 핵가족의 보편화와 각박한 시대상황으로 인해 가족 내의 화목함과 유대감이 느슨해지는 현실을 꼬집고 있다. 소설을 읽다보면 너무나도 소설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사건은 실제로 버젓이 뉴스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보험금을 노리고 부모를 살해하는 패륜아, 치매걸린 어머니를 그대로 방치하는 자식에 대한 뉴스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이는 엄연히 우리에겐 무척이나 익숙한 현실이 되어버렸다. 마치 사이코패스처럼 우리 또한 이와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저와 같은 행동을 하지는 않을까싶어 섬뜩해진다.
과거의 가족은 그 구성원들이 같은 노동을 하고, 함께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짐으로써 유대감이 끈끈했었다. 이는 자연히 이웃에 대한 유대감으로 번져갔었다. 그러나 산업사회 더 나아가 정보화사회가 됨으로써 다양한 직종이 생겨나고 가족원은 다양한 직업을 가지며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그래서 폭이 좁혀진 핵가족이 보편화됨으로써 실제로 과거만큼 유대감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가족원으로서의 역할을 대체해주는 기관도 많아짐으로써 자연히 안식처의 의미보다는 가족내에서도 소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게 현대인의 자화상인 것이다.
이 작품에서의 가족은 그저 옆에 있는 존재뿐이므로 더 이상의 어떤 것도 바라지 않는 아버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도 그 누구도 보듬어주지 않아서 삐뚤어져버린 아들, 그리고 시어머니를 짐으로 여기는 며느리, 이런 가족들 사이에서 자연히 안으로만 숨어들 수 밖에 없는 시어머니를 다루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많이 읽은 독자라면 다른 소설과 많이 새롭지 않다는 점에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조금은 억지스러운 부분도 없잖아 있었다.
화목한 가정은 보물 그 이상의 어떤 가치를 우리에게 준다고 생각한다. 항상 옆에 존재하는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형제가 만약 없다면 얼마나 세상이 무서웠을까라는 생각을 가끔한다. 우리 가족 또한 현대의 가정의 모습을 많이 닮았지만 그러나 그 존재만으로도 감사함이 문득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