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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장성에 올라 고구려를 꿈꾼다 - 성으로 떠나는 고구려 여행
전성영 글 사진 / 한길사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고구려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용맹함이 먼저 떠오른다. 수.당과의 전쟁에서 패배했다면 지금의 한반도가 하나의 국가로서 존재했을까라는 의구심도 들지만, 무척이나 오래 전 시간이니만큼 확언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고구려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역사이고, 우리 국가의 기틀을 마련해주는데 방파제 구실을 했다는 점이다.
삼국시대의 항쟁 및 그 외의 여러 나라들과도 수많은 전쟁을 해서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필히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많은 무기 및 성이 축조되어야 했고, 200여개가 넘는 수많은 고구려의 성이 한반도 및 만주 일대에 분포되어있다. 발굴로 인해 성의 일부분만이 남아있는 곳도 있고, 아직까지도 상태가 좋은 것은 거의 전부가 남아있는 곳도 있다. 저자는 사진작가로서 만주 및 우리나라에 분포되어 있고, 발굴되어있는 성을 답사하고 사진으로 남겨서 책으로 엮었다. 사진작가이니만큼 책 속에 사진의 비중이 많고, 프로작가에 의해 찍힌 사진들이라서 거의가 놀라울만큼 훌륭한 사진이었다.
국사 시간에 배운 성은 당나라 군사를 물리친 안시성, 그리고 고구려의 첫번째 수도 성인 오녀산성, 두번째성인 국내성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많은 성이 존재했다는 점에 대해서 무척이나 놀랐다. 또 광개토태왕릉비와 충주의 중원고구려비 또한 교과서에서가 아닌, 훌륭한 사진을 통해 접하고 교과서적인 지식이 아닌 지엽적인 부분까지 설명되어 있어서 고구려가 좀 더 내 맘 깊숙이 들어온 듯한 느낌이다.
유감스럽게도 천리장성에 축조되어있던 성 중 일부는 출입이 엄격히 금지되어있고,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만주지역에 고구려 유적이 많이 출토되고는 있으나, 엄연히 우리의 선조가 다른 나라의 역사로 치부된다는 점에서는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고구려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 누구보다 깊은 저자이지만 동북공정에 대해서는 한국인으로서의 그 어떤 견해도 표출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는 조금 아쉬운 느낌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순전히 책의 소재인 '성(城)'에 대해서만 충실히 써내려갔을 뿐, 답사 과정에 있었던 에피소드가 너무 적었다는 점과 고구려에 대한 시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은 조심스러웠던 부분에 대해서도 또한 아쉬움이 남는다.
책을 보면 다시금 고구려가 얼마나 훌륭하고 용맹스러운 국가였는지를 알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역사 속 한 부분으로만 남아있던 고구려가 다른 나라의 역사가 될 뻔 한 위기에 처하자 새삼 고구려를 다시 내세우고 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의 한 부분이었던 고구려가 후손인 우리에게 언제나 사랑받을 수 있어야, 이런 위기에서도 우리 역사를 지킬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