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문재.김명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사실 난 아직도 맘을 다스릴 줄 모른다. 원래 인간이란 한없이 모순된 존재이면서도 간사한 존재가 아니더냐... 이런 생각으로 스스로를 합리화 시키기도 했지만,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며 세상을 살아가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 스물두해를 살아왔기에, 살아오면서 나름의 삶의 지혜를 다소나마 얻었고, 그 지혜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하고 있지만, 부딪치면서 지혜를 터득하기보다 책을 통해 선인들의 지혜와 가르침을 배우는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고, 이것이 내가 책을 읽는 이유들 중의 하나라고도 할 수 있다.

너무나도 흔한 내용의 자기계발서와 지혜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현실에서, 언뜻보면 이 책도 별반 다를바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책들과 마음을 다스리는 법이 조금은 다르다. 저자는 누구나가 그렇듯 야심있는 젊은이로 인생을 살다가 서른 중반에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전신이 마비가 된다. 그는 평생을 휠체어 신세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쯤되면 누구나 괴로운 마음을 다스리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하나의 큰 고비를 넘기고 휠체어로 세상과의 소통을 하게 된다. 하지만 두번째의 큰 슬픔이 닥쳤으니, 그의 손자인 샘이 자폐증 판정을 받은 것이다. 바로 이 책이 손자 샘에게 줄 그의 휠체어를 타고 바라본 세상과 사람 그리고 자아에 대한 지혜의 가르침을 묶은 책이다. 어쩌면 그가 보통 사람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없었기에, 자신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과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그가 사고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보통 사람들이 정의내리는 성공을 위해 달려가느라 이런 성찰의 시간을 갖지 못했을 것이고 자연히 이 책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종잡을 수 없는 나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격변하는 감정을 통제할 수 없고, 그 증상이야말고 지극히 정상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스스럼없이 그 감정을 받아들이다보면 언젠가는 저절로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그런 열린 마음이야말로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이라고 한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주려고 노력했던 나였는데, 조금은 스스로에게 관대해질 수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인정해주는 것, 수많은 감정을 느끼고 혼란을 느끼는 내 모습을 보고 지극히 정상적이고 건강한 인간이라고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는 여유도 느껴졌다. 내가 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바로 이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이 책의 가르침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인생을 살아본 느낌이 어떠냐고 누군가 내게 물어본다면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매우 재미있고, 즐겁다 혹은 너무나도 힘들다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 둘 다 일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 자신의 삶을 관조할 수 있을때가 되면 또 어떨까... 인생을 항해, 소풍, 여행 등 매우 그럴듯한 무언가에 비유하지만, 사실 지금 내가 느끼는 인생은 쉽지가 않다. 수많은 경쟁의 문턱,그런 모든 경쟁의 목적인 부와 명예로 느끼는 우월함과 어쩌면 그로 인해 느끼는 행복... 경험해보지 못한 이런것들을 추구하기 위해 지금 난 나를 바로 바라보지 않고, 그런 시간마저 아까워하고 있으며 수없이 요동치는 감정을 바로 보고 다스리는 시간 또한 낭비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요컨대 난 아직도 어른아이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아이였던 내 마음을 아주 조금이나마 성장시켜준 것 같은 영양제 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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