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과 영혼의 경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오근영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미야베 미유키와 함께 내가 즐겨읽고 또 좋아하는 작가인데다가, 특이하게도 병원을 소재로 한 메디컬 소설이라는 점에 더더욱 흥미를 느끼고 읽었다. 로빈 쿡 소설 같은 흔한 메디컬 서스펜스 정도이겠거니 싶었지만 아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추리소설에서 흔히 느낄 수 없는 진한 감동이 밀려오는건, 아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기 때문이리라.

 책은 바로 제목에서 모든 걸 축약하고 있다. 이 소설의 키워드는 바로 '사명'인 것이다. 사명에 어긋난 이득을 취하기 위해 편법을 사용한 대기업 회장, 그 편법으로 인한 사람들의 피해, 그로인한 사건. 위기가 닥치지만 사명에 충실한 형사와 의사들. 사회추리소설의 참맛을 느끼게 해 준 소설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독자들에게 던진 메세지는 그 무엇보다도 더 강렬하리라. '당신은 당신의 사명에 충실히 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아마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스스로에게 해보게 될 것이다. 나 역시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그러지 못한 적을 떠올리고는 후회하게 된다.

 사명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 자신의 양심에 충실하라는 의미도 있다. 양심에 충실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쏟아붓고 성실히 임하는 것 자체가 사명을 다 하는 것이고, 값진 것이다. 책은 이런 착한 메세지를 전해주기에, 전혀 범인도 악질적으로 그리고 있지 않다. 그리고 이 책은 트릭을 이용해서 퍼즐을 맞추듯 범인을 알아가는 과정의 추리소설이 아니다. 사회파추리소설에 충실하게 범인을 이미 밝혀놓고, 범인의 행적과 그 사건을 풀어가고 그 과정에서 겪는 위기를 많은 이들이 사명에 충실하게 임하며 풀어가고 있는 과정으로 그려놓고 있다. 때문에 비록 스릴과 흥미진진한 느낌이 결여있을 수도 있지만, 이 소설은 내용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값지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끝까지 읽어봐야 소설의 참맛을 알 수 있으리라. 그리고 누구든 스스로에게 물어보리라. '난 스스로의 사명에 충실한가?'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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